하버드 총장, 다양성 정책 폐기 등 정부 요구에 반기 들자
트럼프, 보조금 중단 이어 “학교 아닌 정치단체로 과세해야”
정부에 굴복했던 컬럼비아대도 “자율 포기 안해” 저항 동참
미국 최고 대학으로 여겨지는 하버드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스라엘 시위 대응,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기 등의 요구에 반기를 들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대학들의 면세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위협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지원 중단 압박에 굴복했던 컬럼비아대도 다시 저항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미국 주요 대학과 행정부 간의 충돌이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하버드가 계속해서 정치적이고 이념적이며 테러리스트에서 영감을 받거나 이들이 지지하는 ‘병적인 행동’을 조장한다면, 면세 지위를 박탈하고 정치 단체로서 과세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면세 지위는 전적으로 공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할 때만 유지되는 것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하버드대를 압박했다.
지난달 31일 트럼프 행정부가 87억 달러의 보조금과 2억556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통보하자 전날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연방 정부에 장악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에 대해 22억9000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급 및 계약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또 다시 곧바로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 세법에 따르면 대학들은 공교육만을 목적으로 운영된다고 간주돼 연방 소득세를 면제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유대주의, 엘리트주의의 온상이 된 하버드대가 이러한 목적에서 벗어나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연방 보조금이 중단된 상황에서 면세 지위까지 박탈될 경우 하버드대는 대학 운영에 더욱 큰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버드대처럼 연구 중심 대학에 대한 기부는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며 “이는 초고액 자산가들의 막대한 기부를 이끌어내는 요인이 되는데, 이들은 연방정부에 세금을 내는 대신 자신의 돈을 어떻게 쓸지 직접 결정하길 원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면세 지위 박탈 발언에 대해 이날 하버드대 학보인 하버드크림슨은 “이번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의 비영리 지위 박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명확히 밝힌 것이다”고 전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15일 X에 “하버드대는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불법적이고 서투른 시도를 단호히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하버드대의 모든 학생들이 지적 탐구, 치열한 토론, 상호 존중의 환경 속에서 배울 수 있도록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 다른 고등 교육기관들에 모범을 보였다”며 하버드대를 옹호했다.
한편 이날 NYT에 따르면 지난달 연방 보조금이 끊긴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개혁 요구를 받아들였던 컬럼비아대도 연방 정부의 압박에 저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NYT에 따르면 14일 클레어 시프먼 컬럼비아대 총장 대행은 교내 구성원에게 서한을 보내 “연방 정부가 우리에게 우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프면 총장 대행의 서한은 하버드대 총장의 메시지에 영향을 받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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