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기금화 논의 한창…핵심은 '선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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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받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③
단순 기금화 도입 아닌 실질적 선택권 보장해야
“시장 내 경쟁 촉발돼야 수익률 제고로 이어져”

  • 등록 2025-09-12 오전 1:42:34

    수정 2025-09-12 오전 1:42:34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퇴직연금 제도 기금화 도입 과정에서 가입자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이 계약형 중심 구조 때문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하는 만큼 기금형 도입과 함께 가입자가 자신의 투자 성향과 상황에 맞는 운용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퇴직연금 제도 개편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금화 도입을 논의 중이다.

퇴직연금 운용 방식은 크게 근로자나 사용자가 금융회사에 적립금 운용을 맡기는 ‘계약형’과 독립적인 기금이 자금을 관리·지급하는 ‘기금형’으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현재 대부분 계약형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현재 낮은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기금형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최근 발의된 개정안은 현재 30인 이하 중소기업에 한정된 기금형 제도의 적용 범위를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금 운용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은 전문 운용사가 담당한다. 일정 요건을 갖춘 민간 퇴직연금사업자도 기금 운용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가입자는 개인 투자 성향에 맞춰 계약형과 기금형 중 선택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퇴직연금 개편이 단순히 기금형 적용 대상 확대에 그치지 않고 가입자가 능동적인 운용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데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확정기여형(DC), 확정급여형(DB) 등 제도 유형부터 계약형·기금형 여부와 운용 주체까지 선택권이 주어질 때 시장 내 경쟁이 촉발되고 수익률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행 퇴직연금 제도하에서는 근로자가 직접 금융사와 계약을 맺고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구조 탓에 복잡성이 크고 선택권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수익률 역시 저조해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제도의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IRP는 근로자가 기존 퇴직금 외에 추가 납입을 하고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춰 다양한 금융상품을 운용할 수 있는 계좌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431조7000억원 중 DC형·DB형 대비 능동적 운용이 가능한 IRP 규모는 98조7000억원(23%)에 불과하다. 낮은 수익률의 원인이 제도적·운용적 제약에 기인한 측면이 큰 만큼 계약형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따라서 연 6~8% 수준의 안정적 수익률을 목표로 장기 운용되는 기금형 모델과 보다 공격적인 운용을 통해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계약형 모델을 병행 도입해 가입자가 자신의 성향과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연금부문 대표는 “기금형 도입 논의의 본질은 기금형의 우월성이 아니라 가입자에게 ‘진짜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도 설계에 있다”며 “중요한 것은 특정 제도를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형·기금형 여부와 운용 방식까지 가입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금형은 연 6~8% 수준의 안정적 수익률을 추구하는 반면, 계약형은 더 공격적인 운용을 통해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우리나라 계약형 수익률이 2%대에 머무는 것은 제도적 제약과 운용 관행 탓일 뿐 계약형 자체가 불리한 구조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실질적인 선택권이 의미를 갖기 위해선 적절한 정보 제공과 금융 교육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단순히 제도적 선택지를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입자가 각 운용 방식의 특성과 장단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된다”며 “투자 이해력이 낮은 상태에서 선택지만 확대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 만큼 제도 설계와 함께 가입자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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