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자살시도자가 수상구조대에게 가장 먼저 건네는 말이다. 어쩌면 그들은 누구보다 삶을 간절히 원했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생명을 구한 뒤, 이들 앞에는 또 다른 현실의 벽이 기다리고 있다. 자살시도로 응급실에 실려가 받게 되는 수백만 원의 치료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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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2016년부터 ‘자살시도자 응급의료비 지원 사업’을 통해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재기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2023년 자살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살시도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10~20대가 4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더 주목할 점은 전체 자살시도자 중 40%가 무직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는 직업이 있는 경우(21%)의 2배에 달하는 수치로, 무응답을 고려하면 실제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상당수의 자살시도자들은 자살 전과 후에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응급치료비는 ‘이중고’나 다름없다.
‘자살시도자 응급의료비 지원’ 사업은 자살을 시도한 후 응급실에 내원한 이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생명보험재단의 사업이다. 2016년 시작된 이 사업은 9년간 5525명에게 약 39억원의 치료비를 지원했다.
지원 범위는 신체 손상으로 인한 치료·입원비는 물론 정신과 외래·입원비, 심리상담 비용까지 포함하며,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한다. 재단은 전국 90개 병원 응급실과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신속하고 정확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 10명 중 9명(91.0%)이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적절한 개입이 이뤄질 경우 재시도를 충분히 막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생명보험재단은 자살위험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지역 유관기관과의 연계를 위해 4회 이상의 사후관리를 권장하고 있다.
그 효과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사례관리 서비스 결과, 1회 접촉 시 자살사고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6.3%였던 반면, 4회 접촉 후에는 15.6%로 10% 이상 감소했다. 사후관리가 자살사고 감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치료비 지원을 받은 대상자들의 사후관리 참여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4회 사후관리 서비스 중단률이 2019년 17.3%에서 2023년 10.8%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2023년 기준으로는 전체 내원자 대비 2.6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치료비 지원이 단순한 경제적 도움을 넘어, 지속적인 치료 참여를 유도하는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체계적인 자살 예방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재단은 한강 교량 20곳에 ‘SOS생명의전화’ 75대를 설치하여 한강 교량 투신 사망자가 2011년 95명에서 2023년 4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자살 문제가 주택과 의료기관 등 일상 공간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재단은 도심형 ‘SOS 마음의 전화’를 새롭게 론칭하며, 자살 예방의 가치를 시민과 함께 나누기 위한 ‘Be:live U 이음 캠페인’ 오프라인 행사도 오는 18일 오전 11시 청계광장에서 개최한다.
이장우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시민들이 생명존중의 메시지를 다시금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며 “작은 한마디와 따뜻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삶을 이어가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