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국내 달러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가 불과 1년 만에 수십조 원대로 급증하면서, 외환규제를 우회한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을 외국환거래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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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과 이더리움(사진=로이터 연합뉴스) |
이영두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내에서 거래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상당 부분이 역외 거래와 송금 수요에 기인하고 있어 이미 자본유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제도화를 통한 관리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되는 USDT·USDC·USDS 등 달러 스테이블코인 규모는 2024년 3분기 17조1000억 원에서 같은 해 4분기 60조3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1분기에도 56조9000억 원 수준을 유지했다.
2023년 12월 국내 거래소에 처음 상장된 지 1년 남짓 만에 거래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이 통계에는 바이낸스·코인베이스 같은 해외 거래소나 DEX·P2P 거래는 포함되지 않아 실제 내국인의 거래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스테이블코인 매입 목적을 묻는 해시드오픈리서치의 올해 2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코인 거래 △달러 보유 △예치 이자 수취 △김치프리미엄 차익거래 △송금 순으로 답했다. 이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예치 서비스는 해외 플랫폼이 주로 제공하고, 김치프리미엄 거래 또한 해외 매입을 동반한다. 보고서는 “국내 거래의 대부분이 사실상 역외 거래 목적”이라며 “투자·소비로 활용돼야 할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외국환거래법상 대외지급수단에 포함해 거래내역·전송 내역에 대한 보고·신고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가상자산사업자(VASP)를 거치지 않고 콜드월렛이나 개인지갑을 이용한 해외 전송은 모니터링이 어렵기 때문에, 사후 조사와 강력한 법집행을 통해 편법적 거래를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자금세탁방지(AML) 규제가 스테이블코인에도 적용되고 있지만, P2P 전송 등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불투명한 거래에 대해 집중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국내 발행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준비금을 반드시 국내 금융기관에 보관토록 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는 투자자 보호뿐 아니라 자본유출 통제 수단으로도 작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24년 6월 시행된 EU의 ‘가상자산 규제법(MiCA)’과 2025년 7월 제정된 미국 ‘스테이블코인 국가혁신법(GENIUS Act)’은 역내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을 역내 금융기관을 통해 관리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시장 불안 시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급증하면 대규모 자본유출이 외환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과정에서 외국환 규제 수준의 관리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