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모님 집에서 독립한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자취방에 채워넣을 가전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방 한쪽 남은 공간의 폭을 재고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들여다보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써야 했다. A씨가 관심 있게 본 제품은 설거지 시간을 줄여줄 1인 가구용 식기세척기, 빨래를 널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소형 세탁건조기였다. A씨는 "뭐든 한 번에 간편하게 집안일을 처리하고 편히 쉴 수 있는 그런 제품을 찾고 있다"고 했다.
'큰 집'을 표준으로 삼았던 가전 시장이 '작은 집'과 '적은 가구원 수'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1~2인 가구가 늘고 고령자가 증가한 영향이다. 전통적인 대형가전 대신 가구 특성에 맞는 맞춤형 가전이나 건강관리 기능을 갖춘 제품 수요가 늘어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인구구조 변화, '손 덜 가는 가전' 수요로 이어져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말 낸 보고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가전 시장 변화와 대응 방안'을 보면 A씨의 모습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산업연구원 심우중 전문연구원·강바다 연구원이 주목한 대목은 1~2인 가구 증가·가구원수 감소와 고령화다. 국내 가전 수요를 흔드는 핵심 변수란 설명이다. 이 조건에선 이전보다 집 안 면적이 줄어 대형가전보다 가사 노동을 줄일 개인화·최적화 가전에 기회가 열린다.
특히 젊은층 소비 성향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식기세척기·세탁건조기·의류관리기 같은 '손이 덜 가는 가전'이 성장 품목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이 리서치앤리서치를 통해 소비자 1180명을 조사한 결과 실제 가사 노동을 덜어주는 맞춤형 가전의 성장 가능성이 확인됐다. 대형 냉장고·에어컨·세탁기·건조기 등의 보유율은 70~90%대로 이미 구매 여력이 크지 않은 상태다. 반면 식기세척기와 의류관리기 보유율은 각각 26.4%, 19.7%에 그쳤다.
이들을 대상으로 해당 제품 필요성을 5점 척도에 맞춰 산출하자 2030세대 사이에서 식기세척기·의류관리기 잠재 수요가 확인됐다. 3점은 '보통' 수준이고 5점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강하단 의미다.
필요성 항목에선 식기세척기 3점, 의류관리기 2.96점을 나타냈다. '있으면 좋은 가전'으로 인식되던 수준을 넘어 '검토할 만한 가전'이 됐다는 신호다. 하지만 연령별로 구분하자 2030세대 수요가 뚜렷하게 포착됐다.
식기세척기 필요성 평가에선 20대가 3.14점, 30대가 3.16점으로 조사됐다. 40대도 3.06점으로 보통 수준을 넘었다. 50대와 60대는 각각 2.75점, 2.93점으로 비교적 낮았다. 의류관리기는 20대 3.04점, 30대 3.09점을 기록했다. 나머지 연령대는 2점 후반대에 머물렀다.
집안일 최소화 욕구는 로봇 가전 필요성 평가에서 한층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 청소용 로봇 가전 필요성은 전체 소비자 기준 3.44점, 기타 집안일용은 3.09점을 나타냈다. 20대와 30대는 청소용 로봇 가전에서 3.5점대를, 기타 집안일용에서 3.2점대를 기록해 다른 연령대보다 수요가 높게 조사됐다.
고령화로 '돌봄' 기능 갖춘 가전 수요도 증가 전망
고령화에 따른 '돌봄 가전'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진은 고령층 소비 성향이 유지될 경우 건강관리 가전 수요 증가 폭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디지털 건강관리 기능, 비상시 자동 알림 기능을 갖춘 품목이 60대 이상 소비자에게서 높은 수요를 보이기도 했다.
건강관리 가전 중 '디지털 건강관리' 관련 제품의 3년 내 구매가능성 항목에서 60대는 3.37점으로 2점대를 나타낸 20~40대보다 높은 점수를 보였다. 비상시 자동 알림 관련 가전의 경우 20~50대 모두 2점대에 그친 반면, 60대만 3.06점으로 다른 연령대를 압도했다.
주요 가전 브랜드들도 '미래 수요'에 맞춘 신제품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탁·건조를 한 번에 처리하는 세탁건조기 기능을 개선한 신제품을 꾸준히 내놓는 중이다. 주름 케어를 강화한 의류관리기, 1시간 이내 세척·건조가 이뤄지는 식기세척기 등도 공개됐다. 가구원수가 줄면서 집안일을 최소화하려는 소비자 필요에 맞춰 '한 번에 끝내는 경험'을 강조하는 경쟁이 한창인 셈이다.
이들 기업은 '돌봄'을 넘어선 '케어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스마트싱스 업데이트를 통해 부모의 활동 알림, 약 복용·병원 일정 리마인더, '케어 온 콜', 로봇청소기 카메라를 활용한 '세이프티 패트롤' 기능을 제시했다.
LG전자는 세제컵·식기세척기 손잡이·전자레인지 터치 가이드 등을 묶은 '컴포트 키트'를 확대해 고령자뿐 아니라 장애인·아동 접근성을 강조하는 기능을 꺼내 들었다. 홈로봇 'LG 클로이드'는 물리적·정신적 부담을 줄이는 '앰비언트 케어 에이전트'의 하나로 제시되기도 했다.
가전업계 승부처는 작은 집에서 시간을 아껴주는 제품, 복약 알림과 안전 확인을 돕는 연결형 제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구진은 "의류관리기, 식기세척기, 건강관리 가전, 소형 냉장고·세탁기 등은 성장 품목이면서 국내기업이 역량을 갖춘 분야"라며 "다수의 소비자는 가전산업의 혁신과 수요 활성화를 돕는 정부 지원 필요성에 동의했고 이에 따라 품질·서비스 혁신, 소비자 보호, 구매보조금 또는 세액공제 등의 정책지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공급과 수요의 선순환 구조 형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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