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율주행, 흘러가는 골든타임] 〈중〉 규제에 발묶인 韓자율주행
테슬라, 알아서 깜빡이 켜고 추월
국내 자율주행 법령 7년간 제자리… 같은 기술 시도 못하는 역차별 구조
美中기업의 투자 독식 점점 굳어져… “정부 차원 방향 잡고 집중 투자를”

자율주행 데이터만 160억 km가 쌓인 미국 테슬라에 비해 한국 자율주행 기업 전체의 합산 자율주행 누적 거리가 1306만 km에 불과할 정도로 큰 격차가 있는 데는 이처럼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과 제도의 장벽이 있다. 자율주행차가 달릴 수 있는 구간은 적고,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더라도 여러 법령에 분산된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면 운행을 하지 못한다.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 차량이 자유롭게 대양을 헤엄치는 고래라면 한국의 자율주행 차량은 ‘수족관에 갇힌 물고기’ 같은 신세인 셈이다.
● “고속도로만 달리고 차선 변경 금지”
이 기준에 따르면 자동차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중앙분리대가 있는’ 동시에 ‘보행자와 자전거 통행이 금지된 도로’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사실상 고속도로 혹은 고속화도로에서만 자율주행 기능을 쓸 수 있도록 제한한 셈이다. 만약 고속도로 출구 등 차가 운전 가능 영역을 벗어날 경우 스스로 운전하도록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테슬라처럼 교통 흐름을 감지해 스스로 방향지시등(깜빡이)를 켜고 차선을 변경해 추월하는 기능도 쓸 수 없다. 위 기준에 부분 자율주행 시스템이 “타이어가 차선의 바깥쪽 경계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알아서 차선을 바꿀 수 있는 경우는 위험한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위험 최소화 운행’ 모드가 작동할 때뿐이다.
반면 한국에도 상륙한 테슬라의 감독형 자율주행 시스템 FSD(Full Self-Driving)는 운전대를 잡지 않고 전방 주시만 하면 스스로 차선도 변경하고, 추월해가며 운행이 가능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에서 수입되는 차는 미국 안전 기준(FMVSS)을 충족하면 한국의 자동차 인증 기준은 아예 면제돼 만족시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미국산 차들은 FTA 조항을 활용해 ‘핸즈프리’ 첨단 기능을 선보이는데 정작 국내 기업은 규제에 묶여 동일 기술을 시도할 수 없는 ‘역차별’ 구조에 놓여 있는 셈이다. 국내에선 차선 변경 등의 자동 조작은 ‘레벨4’ 자율주행차에서나 가능하다. 단, 문제는 레벨4 자율주행차는 성능 인증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자동차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차를 만들어 일반인에게 팔 수 없고 공공 도로를 달릴 수도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 보니 한국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들은 모두 정부가 지정한 ‘자율차 시범운행지구’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다.● 데이터도 투자액도 ‘차원이 다르다’
이렇듯 규제에 꽁꽁 묶여 자율주행차 개발도, 상용화도 쉽지 않다 보니 투자자들도 한국 자율주행 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투자금이 이미 상용화 서비스를 내놓은 미국과 중국의 선두 기업들로 쏠리고, 자금력에 힘입어 이들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더 빠르게 향상되는 등 이른바 ‘승자 독식’의 구조가 점차 굳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웨이모 로보택시를 이용한 건수는 1년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1500만 건 정도로 집계됐다. 이 같은 이용 증가세에 힘입어 웨이모는 올해에만 약 160억 달러(약 23조9900억 원) 규모의 역대급 투자를 유치했다.
중국 역시 미국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화웨이는 올해 4월 향후 5년간 자율주행차 학습에 필요한 연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 800억 위안(약 17조64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 자율주행 업계를 이끌고 있는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 역시 올해 20억 달러(약 3조 원) 이상을 자율주행 및 비행 자동차(플라잉카)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샤오펑은 연내 ‘레벨4’에 해당하는 기술을 개발해 중국 시장에서는 테슬라 FSD를 완전히 뛰어넘겠다는 청사진까지 내놓았다.
국내 자율주행 시장에서는 현재로선 인공지능(AI)이 데이터를 통째로 학습해 운전을 총괄 제어하는 ‘엔드투엔드(E2E)’ 방식의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기에는 자본이나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한숨이 흘러나온다. 심현철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엔드투엔드 방식으로 나아가려면 엄청난 양의 빅테이터와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한국이 따라잡으려면 정부 차원에서도 명확한 방향을 잡고 자원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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