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기종 로봇들 하나로 엮는 ‘두뇌’ 제작 비스캣
AI ‘환각’ 없는 정밀한 공장 운영… ‘지식 지도’ 기반 솔루션으로 도전
척박한 환경서 300kg 짐 운반 목격… 사람 할 일로 둘 수 없어 창업 결심
서로 다른 기종 로봇들 유기적 연결… 실증 마치는 올 하반기 상용화 목표
스타트업 비스캣은 여러 기종 로봇들을 쉽고 빠르게 연결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 이달 6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고동욱 비스캣 대표(43)는 자신이 겪은, 시스템통합(SI) 방식으로 로봇을 묶은 산업 현장 현황부터 들려줬다. 어느 전자부품 공장의 경우 자율주행 로봇과 로봇팔, 운반 설비를 각각 도입했다. 관련 업체가 다섯 곳이었다. 반년간의 연동 작업 끝에 겨우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로봇을 도입한 회사가 배터리 안전 규정을 변경했다. 그 순간 이 다섯 업체가 다시 모여 각자의 코드를 수정해야 했다. 고 대표는 “조금만 뭔가가 바뀌어도 공장을 세워야 하는 비효율의 극치”라고 했다.
고 대표는 “악기는 다 갖춰져 있는데 지휘자가 없는 것과 같다. 제각각 악보대로 연주하면 소음밖에 안 나온다”고 했다. 비스캣이 만들려는 것이 바로 그 지휘자, 모든 로봇이 공유하는 하나의 두뇌다.
● ‘지식 지도’로 공장을 읽는다비스캣이 들고나온 핵심 기술은 두 가지다. 먼저 여러 기종의 로봇과 설비, 외부 시스템을 통합 운영하는 온톨로지(ontology·존재론) 기반 운영체제 스타그래퍼(STAR-Grapher)다.
온톨로지는 존재하는 것들을 정의하고 그 관계를 따지는 철학의 한 분야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같은 방법론을 쓴다. 예컨대 로봇이란 무엇이고 배터리란 무엇인가, 로봇과 배터리는 어떤 관계인가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게 체계도(혹은 지도) 같은 것으로 구조화하는 것이다. 컴퓨터가 ‘사과’라는 단어를 ‘과일의 한 종류’인지 아니면 ‘미안하다’는 의미인지를 구분할 때 이 같은 ‘지식 지도’가 있으면 유용하다. ‘빨갛다’ ‘먹다’ 등과 연결돼 있으면 과일로 인식하고, ‘잘못’이나 ‘용서 ’등과 연결돼 있으면 미안하다는 의미로 인식하는 식이다.
비스캣의 핵심 경쟁력은 로봇이 있는 산업 현장에 꼭 맞는 지식 지도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기술이다. 고 대표는 “로봇에 어떤 단위로 행동 명령을 쪼개서 전달해야 하는지, 어떤 언어로 전달해야 하는지 같은 로봇 분야 지식과 제조 현장 공정 및 설비에 대한 현장 지식이 풍부해야 효과적인 지식 지도 구축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온톨로지 기반 운영 플랫폼을 앞세운 기업 팔란티어가 있지만, 데이터 분석과 기업 의사결정에 특화돼 있다. 로봇의 물리적 움직임과 여러 다른 로봇을 통합 운영하는 영역에는 비스캣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온톨로지 방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면 로봇 간 연결과 운영이 훨씬 손쉬워진다. 새 로봇이 할 수 있는 역할만 ‘지식 사전’에 연결해주면 끝이다. 공장 설비 위치가 바뀌거나 새 안전 규정이 생겨도 전체 시스템이 새 조건을 이해하고 반응한다. 물건 하나가 생산라인을 빠져나오면, 시스템은 자동으로 그것을 실을 수 있는 로봇 중 배터리 잔량이 가장 많고, 가장 가깝고, 가장 빠른 개체를 선별해 작업 명령을 내린다. 스타그래퍼는 공장 상황을 동적으로 이해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왜 그 결정을 했는지 근거를 가지고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현재 개념실증(PoC)를 목전에 두고 있다. 다른 하나는 자율이동로봇의 경로 계획과 제어를 담당하는 로봇지능 소프트웨어 스타코어(STAR-Core)다. 로봇이 좁은 통로에서 길이가 긴 화물을 싣고 방향을 바꿔야 할 때, 기존 방식은 엔지니어가 각도별 거점을 일일이 찍어줘야 했다. 스타코어는 로봇의 형태와 속도, 공간 제약, 안전 정책을 입력하면 최적화 기반 경로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마치 자동차가 좁은 주차장에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최적 궤적을 찾아내듯 로봇은 스스로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계산한다.
● 열악한 환경 속 300kg 박스 옮기는 것 보고 결심
고 대표는 한양대에서 로봇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딥러닝이 등장하기 전,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주행하는 알고리즘을 연구했다. 박사 과정을 마친 2017년, 지도교수와 함께 세운 코가로보틱스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 이 회사는 식당 배달 로봇 등 서비스 로봇에 집중했지만, 고 대표의 관심은 늘 산업 현장을 향했다. 그는 “로봇은 힘들고 위험한 곳에 들어가서 사람을 대신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사내에 솔루션 사업부를 만들어 수년간 직접 공장을 돌아다녔다. 한 나사 제조 공장에서 열기와 금속 가루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무게 300kg짜리 상자를 끌고 다니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며칠만 해도 골병이 날 정도로 힘든 일이다”라고 했다. 전자제품 생산라인에서는 무인운반로봇이 쓰이곤 했지만, 시스템 연동 때문에 수개월을 허비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그는 “힘든 작업장에 로봇 도입이 쉽도록 하고, 로봇이 잘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을 제대로 풀고 싶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 ‘다크팩토리’를 향해, 그리고 그 너머 비스캣은 경기 군포시 금정동에 스타그래퍼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있다. 50종이 넘는 서로 다른 로봇과 설비, 센서를 시스템에 올려 놓고 통합 운영 시나리오를 실증하는 것이 목표다. 성능 지표와 인증을 확보해 올 하반기부터 본격 영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주요 타깃은 중소 및 중견 제조기업이다. 영업이익 100억∼200억 원대 규모로 인력 의존도가 높지만 자동화 전환 의지가 있는 곳들이다. 고 대표가 직접 방문한 인천 검단의 한 공장에서는 원래 20∼30명이 필요했지만 현재 7명밖에 없다. 그는 “사람을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기 때문에 로봇 도입은 선택 사안이 아니다”라며 “로봇 4, 5대가 운영되는 라인부터 스타그래퍼가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최종 목표는 미래의 공장이라는 ‘다크팩토리(dark factory·완전 자동화 공장)’의 내부 솔루션이 되는 것이다.
온톨로지 체계 적용 대상은 제조 현장을 넘어선다. 한 건설회사는 스마트시티 단지 내 자동문·엘리베이터·배달 로봇을 통합 운영하기 위해 비스캣에 실증사업 견적을 요청했다. 연내 세 군데 투자사와 협의 중인 프리A 라운드 투자 약 50억 원이 마무리되면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온톨로지 체계를 공장마다 설계하고 관리하는 과정은 여전히 많은 인력과 수준 높은 전문 지식을 요구한다. 절대적인 안정성이 요구되는 공장 환경에서 단 한 번의 오작동은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고 대표는 이를 극복할 명확한 원칙을 갖고 있다. 그는 “환각(할루시네이션)을 잡아낼 수 없는 AI에 공장을 맡길 수는 없다. 온톨로지가 규율의 근간이 되고 대형언어모델(LLM)은 그 위에서 사람과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맡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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