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과 3월,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제 홍역'을 치렀다.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시민 재산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일부 해제(2월 12일)한 지 5주 만에 지정 범위를 확대·재지정(3월 19일)한 것이다. 2020년 6월을 시작으로 지정됐던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이나 토지 등을 거래할 경우에는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실사용을 전제로 거래를 허가하므로 주택은 2년 이상 실거주할 사람에게만 거래가 허용된다.
이렇게 갭투자를 비롯한 단순 투자 목적의 거래가 4년 넘게 금지됐다가 지난 2월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4개동(잠실동·삼성동·대치동·청담동)을 중심으로 토허제가 해제되면서 시장이 크게 들썩였다. 해제를 발표한 다음 날부터 하루에도 몇천만 원씩 호가가 상승하고 높아진 가격으로 거래도 발생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인한 가격 상승 움직임은 비단 해제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해제에서 제외됐던 재건축단지들(은마·우성·잠실주공5단지 등)과 애초에 지정되지 않았던 인근 지역에까지 확산하며 과열 조짐을 보였다. 학군지 이동, 투자 등의 이유로 갭투자를 계획하고 있던 수요가 움직인 것과 더불어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2022년 이후 관망세를 지속하던 잠재 수요가 일시에 시장에 진입한 결과다.
이에 서울시는 '3·19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통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재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기존 지정됐던 4개동에서 범위가 확대되어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 아파트(약 2200개 단지, 약 40만가구)를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4일부터 6개월간(9월 30일까지) 지정했으나 현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앞으로 서울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인지가 새로운 관심사가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기적인 영향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토허제 재지정으로 다시 갭투자가 불가능해지며 매수 수요가 위축되고 거래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가 위축되면 주택 가격이 하락·조정 국면에 진입할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들은 서울 주택 가격을 선도하는 상급지에 해당하는 바 구역 해제 이후의 상승세 확산은 진정될 것이다.
문제는 정책 효과의 지속성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의 가격 상승 효과를 학습한 상태이므로 장기적으로는 입지와 상품성에 따라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입지별 양극화는 더욱 심화해 동일 자치구 내에서도 선호 단지와 비선호 단지의 차이가 극명해지는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또 토허제로 지정되지 않은 주변 지역의 아파트로 수요가 이동하며 가격이 상승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장기적 측면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은 상승 지역의 가격 상승은 억제하지 못하고 위축 지역의 위축을 가속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이 효력을 발휘하는 단기간의 하락·조정기에 투자를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에는 2년 실거주 의무와 다주택 규제(최종적으로 1주택자만 거래 허가)가 있어 보유 부동산 관리·처분계획을 면밀하게 세우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