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건강한 사모펀드 키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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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 등록 2025-04-16 오전 5:00:00

    수정 2025-04-16 오전 5:00:00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사모펀드 관련 기사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국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의 법원 회생절차 신청, 국내 비철금속 제련 분야의 90%를 점유하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등이 그것이다. 이 중심에는 MBK파트너스가 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믿고 규제를 완화해 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19년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문 사모 집합 투자업’ 등록의 최소 자기자본 요건을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춘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등록 후 유지해야 하는 자기자본 기준도 14억원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는 적은 자본금으로 기업 인수를 위해 막대한 부채를 일으키는 ‘LBO(레버리지 바이아웃·leverage buyout)’를 활성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LBO는 사모펀드가 기업 인수 후 부채 상환을 위해 경쟁력 있는 기업의 영업자산을 매각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영업자산 매각 후 동일자산을 다시 임대해 사용하는 이른바 ‘세일즈 앤드 리스백(sales and lease back)’으로 기업의 비용 증가를 가져오기도 한다. 사모펀드의 무리한 차입인수는 결과적으로 기업의 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가져오는 등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전 세계 주요국가의 규제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최근 투자자 보호와 건전한 자산 운용을 위한 사모펀드 규제안을 시행 중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운용 자산 15억 달러(약 2조 2000억원) 이상의 사모펀드는 분기별 투자 활동과 부채 사용 정보를 상세히 보고하도록 규제한다. 또한, EU는 사모펀드 운용사의 부채 사용을 엄격히 제한한다. EU는 ‘대체투자 펀드매니저 지침(AIFMD)’이란 규제를 통해 기업 인수 시 과도한 부채 사용을 통제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도 사모펀드의 각종 폐해를 직시하고 구체적인 규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안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모펀드에 대한 자본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19년 완화한 최소자본 수준을 다시 인상해야 한다. 충분한 자본금 확보는 막대한 부채 이용의 폐해를 제한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에 ‘전문 사모집합 투자업’ 등록을 위한 자기자본 기준과 등록 후 유지해야 하는 자기자본 수준도 높이는 결정이 시급하다.

둘째, LBO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인수대금인 7조 2000억원 마련을 위해 무려 5조원을 차입한 경험이 있다. 과도한 차입 부채 이용이 결국 홈플러스의 재무 악화로 이어진 계기가 됐다고 판단된다. EU의 규제를 참고해 사모펀드의 차입금 규모를 자기자본 대비 일정 수준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셋째, 사모펀드에 금산 분리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이다. 현재 사모펀드는 일반 금융사와 달리 금산 분리 규제를 받지 않아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 기업 경영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사모펀드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경영권 인수 시 금산 분리 원칙을 일부 적용할 필요가 있다.

넷째,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후 일정 기간 피인수 기업의 자산매각과 배당지급을 제한해야 한다. 이는 단기적 이익 추구에 따른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영업력 강화 등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투자이익에 대한 세제 감면 혜택을 주는 유인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저평가된 국내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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