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사람 살수 없는 곳 됐다”…이란 뒤덮은 ‘싱크홀 공포’

18 hours ago 1

게티이미지뱅크(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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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역이 지반 침하, 이른바 ‘싱크홀 공포’에 휩싸였다. 기후 변화와 부실한 물관리, 무분별한 개발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 전역에서 지반 침하 현상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국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나 안사리 이란 환경담당 부통령은 FT에 “국토 면적의 11%가 지반 침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인구 9000만 명 중 절반 가까이가 영향을 받는 규모다.

특히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공항·철도·도로 등 주요 인프라가 손상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란 국립지도학센터는 테헤란 남서부 지역이 매년 최대 31㎝씩 침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 기준치(연간 5㎜)를 60배 넘는 수치다.

지반 침하는 주요 시설물에 직접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테헤란에 있는 주요 철도 노선은 반복적으로 수리되고 있다. 송전탑이 기울고, 고속도로가 주저앉는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일부 학교는 붕괴 위험으로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테헤란 시의회 의원은 “대규모 지반 침하로 기반 시설이 파괴되고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급기야 수도 이전을 공식 제안했다. 그는 “테헤란이 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도 후보지로는 수자원이 풍부한 마크란 지역이 거론되고 있다.FT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수도 이전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이번 발언을 계기로 수십 년간 잠잠했던 수도 이전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고 전했다.

지반 침하로 이란의 고대 유적도 위협받고 있다. 기원전 518년 건립된 페르세폴리스와 나크셰 로스탐은 기둥이 기울거나 금이 간 상태로 보존 위기 상황에 처했다.

환경운동가들과 과학자들은 무분별한 농업 개발과 도시 확장, 과도한 지하수 추출이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국제지진공학·지진학연구소 교수는 FT에 “지금과 같은 농업 및 도시계획 정책이 계속되면 이란 전역에서 지반 침하가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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