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 매체들 “한국의 큰 치욕”
한미 간 신뢰 타격으로 인한 위축 우려
미국 당국이 이민 단속 작전을 벌여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근로자들을 체포한 것을 두고 중국 관영 매체들이 “한국의 큰 치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향후 한미 간 경제·정치 관계 신뢰에 타격으로 인한 위축 등도 우려했다.
“美, 투자 요구하면서 비자 문제로 한국 압박”
중국 관영 환구시보 매체는 최근 “미국 연방 법 집행 기관이 지난 4일 조지아주 합작 공장을 급습해 475명을 연행했다”며 “그 중 300명 이상이 한국 국적자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직후 발생해 한국 정부와 기업을 당혹스럽게 했다”며 “미국이 투자를 요구하며 동시에 비자 문제로 한국인을 압박하는 모순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또 당시 체포 현장 영상을 두고선 “수갑과 쇠사슬이 채워진 한국인들이 버스로 압송되는 장면이 포함됐다”며 “한국 언론은 이번 사태를 ‘충격적’이라고 묘사하고 있고 미국 내 한국 기업의 활동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신화통신 계열 소셜미디어 ‘뉴탄친(牛弹琴)’은 논평을 통해 “일반 근로자를 테러리스트 취급하듯 전신 쇠사슬로 묶어 연행한 것은 불합리하고 충격적인 조치”리며 “한국의 큰 치욕”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왜 한국 기업을 겨냥한 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며 “만약 수백명의 미국인이 일본이나 한국으로부터 이같은 대우를 받았다면 미국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라고 짚었다.
글로벌타임스도 “한국 언론이 이번 사건을 트럼프 행정부의 배신으로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샹하오위 중국 국제문제연구원은 “미국은 일자리 보호를 내세워 이민을 제한하면서도 한국의 대규모 투자는 수용하려는 모순된 태도를 보여왔다”며 “이번 단속은 그 모순을 드러낸 사건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위축은 물론 양국 간 정치적 신뢰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4일 미 이민 당국은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 대한 이민 단속 작전을 벌여 한국인 300여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구금했다. 이들 한국인 300여명은 포크스턴 구금시설 및 스튜어트 구금시설(여성 직원)에 닷새째 구금된 상태다.
현재 한국 정부는 8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 있는 한국인들의 귀국을 위한 준비 절차에 나섰다. 한국 정부는 이들을 추방이 아닌 자진출국 형식으로 귀국시키는 방향으로 미국 측과 협의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