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고준위 연구시설 내년 착공 차질 빚나…적합성 논란 장기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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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예타면제 심사 거쳐 본격 준비 계획이었으나
지질환경 부적절 학계 일각 주장에 재공론화 착수
부지 재선정 땐 2030년부터 운영 전체 계획도 차질

  • 등록 2025-09-11 오전 5:05:00

    수정 2025-09-11 오전 5:05:00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연구를 위해 강원 태백에 조성 예정인 지하연구시설 건설이 본격적인 사업 추진 직전 재공론화에 돌입했다. 학계를 중심으로 지질환경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재공론화 과정에서 전문가 간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2030년부터 이곳을 운영한다는 계획에 차질을 빚으리란 우려가 나온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최종저장시설 건설·운영을 연구하기 위한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조감도. (사진=한국원자력환경공단)

10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고준위 방폐물 관리기관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한국원자력학회 내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대응 특별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 토론회를 열고 태백 부지의 고준위 방폐물 지하연구시설(URL) 지질환경 적합성 논란의 해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양 기관은 지난주 협의를 통해 늦어도 이달 18일까지 토론회 주제와 쟁점, 논의사항 등을 확정해 토론회 일정을 잡기로 했다

본격적인 사업 추진 직전 사실상 재공론화에 나선 것이다. 원자력환경공단은 지난해 공모 절차를 거쳐 당해 12월 유일한 유치 희망 지자체였던 태백시를 URL 부지로 선정한 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위한 협의를 준비해 왔다. 원래 이달 중 예타 면제를 승인받고 준비에 착수해 내년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었으나 기존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태백 URL은 국가적 과제인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대형 과제다. 정부는 이달 말 시행되는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에 따라 2060년까지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을 마련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선 실제 시설과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그동안 개발된 처분 기술을 실증하기 위한 URL 운영이 필수다.

정부와 원자력환경공단은 이에 태백 URL에 2030년까지 총 6475억원을 들여 지상 3만 6000㎡, 지하 6만㎡ 규모의 연구시설을 짓기로 했다. 이후 이곳 운영 비용을 포함하면 약 1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정부가 2021년 수립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방폐물) 관리 기본계획 중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건설·운영계획. (표=산업부)

문제는 태백을 부지로 선정한 후 이뤄진 실제 지질 조사 이후 학계 일각에서 이곳 지질 환경이 URL 운영에 부적합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원자력학회 고준위 특위는 우리나라가 지난 30년간 화강암을 기본 암반으로 하는 처분 방식을 개발해 왔는데 태백 부지는 이암, 사암, 석회암 등이 혼재된 복합 퇴적암층이어서 지질환경 유사성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추가 검증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원자력환경공단이 토론회 등 공론화에 나선 것은 사업 본격화 이후 적합성 논쟁이 이어진다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정책 신뢰성을 이유로 모든 이견이 정리된 후 예타 면제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재공론화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부지 재선정 등 추가적인 논의가 불가피한 만큼 2060년까지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시설을 마련한다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계획 전체 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학계와의 이견 조율이 장기화되고 예타 면제가 무산될 경우 운영시점 순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기복 원자력학회장은 “수천억원대의 사업인 만큼 사전에 충분히 논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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