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라오 겐 발뮤다 대표 인터뷰
‘더 클락’ 출시로 7년만에 방한
토스터 등 제품마다 화제몰이
이번엔 바늘 없는 시계 들고와
20대에 뮤지션 활동하다 창업
“음악과 제조, 창의성 공통점
새로운 체험주는 브랜드 목표”
지난 20일 서울 동대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만난 데라오 겐 발뮤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 내내 손에서 탁상시계 모양의 신제품 ‘더 클락’을 놓지 않았다.
집중을 돕는 ‘화이트 노이즈’ 기능을 소개할 때는 볼륨을 조절하며 주위 반응을 살폈고, 테이블 위에 시계를 두고 쓰다듬거나 손바닥 위에 올려 만지작거렸다. 반려동물이나 애착 인형을 대하는 듯했다.
발뮤다는 국내에서 ‘죽은 빵도 살리는 토스터’로 불리는 스팀 토스터로 유명하다. 식빵 크기나 장 수 등에 집중하던 업계에 빵을 맛있게 굽는 습도와 시간을 접목해 9개국에서 52만대가 팔렸다. 지난해 매출은 101억1500만엔(약 961억원)을 기록했다.
장식을 덜어내고 핵심 기능만 강조한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전기포트와 공기청정기 등도 대표 제품이다. ‘더 토스터’가 히트를 치며 승승장구하던 한국 매출은 포스트 팬데믹 이후 28%가량 줄어든 상태다.
2019년 이후 7년 만에 방한한 데라오 CEO는 매출을 반전시킬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으로 더 클락을 출시했다. 기존 라인업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다시 강화하고, 신규 카테고리를 활용해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3월 일본에서 출시됐고, 출시 전 예약 판매로만 약 1000대가 팔렸다.
더 클락은 가로세로 7.5㎝ 크기의 정사각형 시계로 시곗바늘 없이 LED 불빛으로 시간을 표시한다. 정시마다 차임으로 소리를 알려주는 시보, 타이머, 알람, 화이트 노이즈 기능 등을 담았다.
데라오 CEO는 “이 제품은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퍼스널 시계”라고 정의했다. 종일 스마트폰을 붙들고 지내고도 숙면 유도 음악이나 기상 알람을 듣기 위해 스마트폰을 머리맡에 두고 자는 현대인들에게 디지털 기기 없는 ‘시간’을 돌려준다는 의미다.
쉽게 잠들지 못해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는 그는 “지금은 너무 잘 자고 있다”면서 “베개 맡에 소셜디바이스나 스크린이 없는 환경은 정말 쾌적하다”며 웃었다.
디지털 기기에 쉽게 집중이 흐트러지는 사람들을 위한 화이트 노이즈 기능도 눈길을 끈다. 물소리나 빗방울 소리, 장작 타는 소리, 천둥소리 등 6가지 백색소음이 다른 소음을 지워 집중을 돕는다.
뮤지션 출신답게 시계에서 흘러나오는 ‘깊은 산 산장 난로 안에서 장작이 타는 소리’ ‘뮤지션이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 등을 직접 샘플링했다. 그는 “고객에게 체험가치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했다.
더 클락의 판매가격은 65만원.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 트렌드를 감안하면 상당히 고가다. 발뮤다의 가격 정책에 대해 묻자 “가격으로 경쟁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일본이나 한국 소비자 모두 가격에 민감해지는 걸 체감하지만 질이나 기능, 경험가치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데라오 CEO는 “‘우리다움’을 잃으면서 경쟁할 생각은 전혀 없다. 대신 다른 카테고리에서 팔 수 있는 제품을 더 많이 만들자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데라오 CEO는 20대까지 뮤지션으로 활동하다가 창업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아이팟, 맥북 등 디자인 제품에 감명받아 ‘다른 방향의 슈퍼스타가 되어보자’는 포부로 2003년 발뮤다를 창업했다. 제조 경험이 전무했던 그가 공장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시제품을 만들어낸 스토리가 알려져 있다.
데라오 CEO는 “누군가는 (창업이) ‘자이언트 점프’가 아니냐고 하지만, 음악과 디자인은 창의적인 작업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발뮤다는 정보기술(IT) 주변 기기와 조명 등을 거쳐 창업 7년 차인 2010년 이중 날개로 자연바람의 느낌을 살린 선풍기 ‘그린팬’이 성공하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부상했다.
발뮤다의 제1·2 시장인 일본과 한국에서는 저출생·고령화가 이미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데라오 CEO는 “이 트렌드로 우리 브랜드 라인업을 다시 제안할 수 있는 계기가 왔다”며 “기능이 단순하고 작은 전자레인지를 쓰거나 오븐 대신 토스터로 대체하는 1인 가구에는 발뮤다가 매력적인 제안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수출도 늘려가는 추세다. 그는 “한국과 미국 등 주력 국가에서 매출을 늘리는 게 우선 목표지만,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로의 수출도 타진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에 너무 의존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우리 기술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데라오 CEO는 일상에서 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더 많은 분야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쓰는 디바이스 사업을 이어가겠다”며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인간적인 경험을 더해 쓸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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