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이 여성과 욕조에…트럼프는 '빛삭'한 엡스타인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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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한 여성이 함께 사진을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REUTERS·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한 여성이 함께 사진을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REUTERS·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2019년 사망한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관련 문서를 공개하면서 일부 사진을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 검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앞서 상·하원을 통과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에 따라 전날부터 엡스타인 관련 수사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10만건 이상의 파일이 공개됐는데 20건이 넘는 파일이 하루 만에 법무부 웹사이트에서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삭제된 사진 중엔 엡스타인의 집 가구와 서랍을 찍은 사진이 있었다. 이 가운데 하나엔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엡스타인의 여자 친구이자 공범이었던 길레인 맥스웰이 함께 찍힌 사진이 서랍 속에 보관된 모습이 담겼다.

이후 야권에서 비판이 제기되자 일부 파일은 다시 게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19쪽 분량의 대배심 문서는 여전히 전면 삭제 상태로 남아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이 포함된 이미지가 법무부의 공개 자료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 것과 관련한 해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걸 내렸다면 더 많은 것을 얼마나 숨기고 있는지 상상해 보라"며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은폐 사건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법무부는 이날 엑스(X)에 게시한 성명에서 일부 파일을 회수한 결정을 해명했다. 법무부는 "추가 정보를 받는 대로 법에 부합하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해 사진과 기타 자료를 계속 검토하고 편집할 것"이라고 했다.

엡스타인 피해자들도 기록의 다수 페이지가 검게 가려지고 사진이 검열된 채 공개되자 분노했다. 엡스타인 사건 생존 피해자인 제스 마이클스는 CNN을 통해 자신이 FBI 제보 전화에 연락했을 당시의 피해자 진술과 소통 기록도 찾지 못했다면서 "이게 정부의 최선인가. 의회가 법까지 만들었는데도 우리는 정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개 자료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이 극히 드문 반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온수 욕조에 엡스타인 성범죄 피해자와 함께 들어가 있는 사진 등이 다수 포함돼 주목됐다. 클린턴 측은 이에 "빌 클린턴을 보호하기 위해 몇 달 동안 이 파일들을 숨겼다가 늦게 공개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파일 전면 공개를 요구해 온 토머스 매시 공화당 하원의원도 이번 공개가 법의 취지·의도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은 법적 문제와 피해자 프라이버시를 제외한 정부 사건 기록을 19일까지 전면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피해자의 이름을 가리는 등에 시간이 걸린다며 이를 순차적으로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토드 블랜치 법무차관은 ABC에 트럼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무언가를 숨기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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