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와이어에 수조까지 등장… 관객 정신 쏙 빼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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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자 부르타 ‘아벤’ 국내 개막
‘미친 예술’ 표방, 아르헨티나 공연
무용수 14명 공연장 휘젓고 다녀

18일 서울 성동구 성수문화예술마당 FB씨어터에서 열린 이머시브형(관객 참여형) 공연 ‘푸에르자 부르타’의 새 시리즈 ‘아벤’의 한 장면. 공중에 뜬 고래 등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장치들을 활용했다. 크레센트엔터테인먼트 제공

18일 서울 성동구 성수문화예술마당 FB씨어터에서 열린 이머시브형(관객 참여형) 공연 ‘푸에르자 부르타’의 새 시리즈 ‘아벤’의 한 장면. 공중에 뜬 고래 등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장치들을 활용했다. 크레센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객석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는 ‘평범한 공연’이 아니다. 바닥은 물론이고 벽과 천장까지 모든 공간이 무대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등장한 무용수들은 와이어를 타고 하늘을 날고, 물이 담긴 수조 속에서 연기를 펼친다. 배우들이 지정석 없이 서 있는 관객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함께 어울려 춤을 춘다.

관객과의 소통으로 몰입을 유도하는 이머시브(Immersive)형 공연 ‘푸에르자 부르타(FUERZA BRUTA·푸에르사 브루타)’의 새 시리즈 ‘아벤(Aven)’이 18일부터 서울 성동구 성수문화예술마당 FB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이란 뜻의 푸에르자 부르타는 2005년부터 ‘미친 예술 공연(크레이지 아트 퍼포먼스)’을 표방하며 세계에서 공연하는 아르헨티나 무용단 및 퍼포먼스를 일컫는다.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분노를 표출한 ‘웨이라(바람)’등 전작들은 세계 37개국의 68개 도시에서 관객 680만여 명을 끌어모았다. 한국에서도 2013년 초연된 뒤 30만 명 이상 관람했다.

‘모험(Adventure)’과 ‘천국(Heaven)’이 결합된 아벤은 이전 공연과 달리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발산한다. 파비오 다킬라 총괄 코디네이터는 공연 첫날 열린 간담회에서 “이 공연은 사람들의 소통이 단절됐던 팬데믹 시기에 기획됐다”며 “사람들이 다시 소통하며 인간성을 회복하고, 행복감을 되찾자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디에고 이그나시오 페르난데스 마요라 무대 감독은 “관객들이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즐기는 자유로운 마음으로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벤’은 약 1시간 10분 동안 무용수 14명이 공연장 전체를 누비며 관객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크레인과 와이어를 활용해 ‘공중전’을 펼치고, 지상에선 대형 트레드밀을 달리며 ‘런웨이’를 만든다. 특히 천장에 매달린 커다란 지구 모형을 달리는 퍼포먼스가 인상적이다. 각자 지구를 껴안다가 배우들끼리 손을 맞잡는 장면이 마치 팬데믹으로 상처받은 인류를 위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폭포와 나비, 고래 등 전작보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장치들을 많이 활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 공연은 역시 ‘보는 공연’보다 ‘참여하는 공연’에 가깝다. 배우들은 자유롭게 서 있는 관객들과 함께 ‘동대문을 열어라’ 게임을 하고, 춤과 하이파이브 등 스킨십을 유도했다. 제작진은 “볼 키스, 포옹으로 소통하는 아르헨티나와 달리 한국 문화에 맞는 소통 방법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일반 공연과 달리 사진과 영상 촬영, 소셜미디어 업로드가 자유로운 것도 장점이다. 6월 22일까지.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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