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소년과 소녀가 구름 위를 걷고 있다. 폭신한 구름 위엔 새하얀 토끼들이 뛰어놀고, 맞은편 하늘에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올 법한 거대한 고래가 유영하고 있다. 소년, 소녀는 핑크빛 석양을 맞으며 서로를 향해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여기에 임영웅의 온기 가득한 목소리까지 더해지니 힐링 그 자체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임영웅의 ‘홈’(HOME) 스페셜 뮤직비디오의 장면이다. 3분 56초 분량으로 제작된 이 뮤직비디오는 임영웅이 직접 쓴 노랫말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됐다. 기존 애니메이션과 차별화된 비주얼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 ‘홈’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 수 525만 뷰(19일 기준)를 넘어서는 등 반응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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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홈’ 스페셜 뮤직 애니메이션 캡처 |
2주 만에 뚝딱… 판타지 영화 뺨치는 퀄리티
대중음악이 AI와 손잡고 날개를 달았다. 비주얼 필름, 뮤직비디오 등에서 활발한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른바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다. AI만 있으면 음악에 어울리는 영상을 순식간에 만들 수 있다. ‘홈’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기발한사람들에 따르면 이번 작품은 AI로 단 2주 만에 완성했다. 김현진 기발한사람들 제작총괄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AI 기술이 예술 창작의 속도와 효율성을 얼마나 크게 향상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더 많은 창작물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AI를 활용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돌그룹 XG는 지난 2월 AI로 제작한 ‘XDM 언아이덴티파이드 웨이브스’ 비주얼라이저 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이 영상은 늑대, 우주, 세포, 확장, 진화, 파괴 등 기존 앨범에서 다뤄온 다양한 테마를 바탕으로 XG만의 독창적인 세계관과 아이덴티티를 표현했다. 그 결과 한 편의 판타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며 음악적 체험을 극대화했다. 반응도 좋다. 유튜브, 틱톡 등 동영상 플랫폼에는 ‘XDM 언아이덴티파이드 웨이브스’ 리액션 영상이 쏟아졌다. “파격적이고 혁신적”, “AI로 만들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등 긍정적 반응 일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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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G ‘XDM 언아이덴티파이드 웨이브스’ 비주얼라이즈 영상 캡처 |
100% AI 제작 뮤비도 등장… “제작비 대폭 절감”
최근에는 100% AI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사례도 등장했다. 지난 14일 공개된 싱어송라이터 아영의 싱글 ‘웨이팅 포 더 선샤인’은 세트장 촬영이나 컴퓨터그래픽이 아닌 AI 기술로만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웨이팅 포 더 선샤인’ 뮤직비디오는 ‘햇빛’과 대척점에 있을 법한 존재인 뱀파이어를 등장시켜 이별 후 미련을 떨치지 못한 이의 감정을 표현했다.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다양한 뱀파이어들이 등장해 강렬하면서도 처절한 느낌을 극대화했다.
이 영상은 아영의 소속사인 뉴텍뮤직 직원 2명이 한 달간 AI를 활용해 제작했다. 미드저니(이미지 제작), 클링·미니맥스·젠-3 알파(영상 제작) 등 4개의 AI 툴이 활용됐다. 제작 비용은 인건비와 AI 툴 유료 결제가 전부다.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뮤직비디오 제작비를 대폭 절감한 것이다.
최지훈 뉴텍뮤직 대표는 “AI를 활용하면 인력, 시간, 비용 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최적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선 정확한 명령어(프롬프트) 입력, 음악과 영상의 싱크를 맞추는 세밀한 작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가요계 관계자는 “AI 작사·작곡은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해 수익을 창출할 수 없지만, 영상 제작에선 활용 방안이 무궁무진하다”면서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기획사를 중심으로 AI 활용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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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 ‘웨이팅 포 더 선샤인’ 뮤직비디오 화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