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스너호르커이 극단적 美에 매료돼 한 권씩 내다보니 8년동안 6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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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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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되면서 알마출판사의 안지미 대표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8년간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대표작 6권을 출판하며 작가의 예술 세계를 널리 알리고 있으며, 현재 그 책들이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안 대표는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 믿으며, 예술의 힘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현실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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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책 독점 출판'
안지미 알마 대표 인터뷰
서점가 벌써부터 '노벨문학상앓이'
대표작 '사탄탱고' 베스트셀러 1위

사진설명

헝가리 묵시록 문학의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2025년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으로 호명되면서 한국에서 가장 바빠진 인물이 있다.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를 비롯해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대표작 6권을 지난 8년간 묵묵히 출판해온 알마출판사의 안지미 대표(사진)다. 안 대표는 10일 통화에서 "크러스너호르커이가 보여준 극단적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사탄탱고' 한 작품으로는 그의 예술세계를 다 보여줄 수 없다 생각해 한 권씩 출간하다 보니 기쁜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며 밝게 웃었다.

안 대표와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인연은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린 2000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1985년작 '사탄탱고'는 세계적 영화 거장 터르 벨러에 의해 영화화됐고, 동명의 영화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는데 바로 그날 객석 한곳에 안 대표가 앉아 있었다. 438분의 영화 러닝타임에 인터미션을 포함하면 한 작품을 보기 위해 무려 '10시간 동안' 객석에 앉아 있어야 했다. "그건 고통이었지만 새로운 환희의 순간이었다"고 안 대표는 기억했다.

사탄탱고

사탄탱고

"터르의 영화 한 장면 한 장면은 너무 아름다우면서도 저를 너무 긴장시키기도 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목격한 적이 없었는데, 2016년 알마 인코그니타 시리즈를 출간하면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사탄탱고' 판권이 남아 있음을 확인했어요. 책을 출간하면서 '영화가 책에 비하면 쉬운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웃음) 전 세상이 험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예술만이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다고 믿는 쪽에 가까워요. 명랑하고 밝고 미래지향적인 부분보다는 어둡고 침잠한 상태에서도 희망을 보여주는 것, 극단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걸 좋아했기에 출간에 이르게 됐어요."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책 6권은 북디자이너 출신인 안 대표의 안목에 기대어 디자인이 대단히 미학적이다. 선 하나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는 관록은 놀랍고, 타이포그래피가 특히 혁신적이다.

"책 6권을 출간하면서 통일성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색감과 상징적인 기호들이 표지에 쓰인 것도 그래서예요. '사탄탱고' 책표지에 나오는 두 개의 선은 소설에 나오는 거미줄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이 책의 제목('탱고')이 뜻하는 바처럼 전진과 후퇴의 탱고 스텝을 의미하기도 해요."

저항의 멜랑콜리

저항의 멜랑콜리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소설 속 문장도 탁월하지만 그가 수년간 남긴 어록도 널리 회자된다. 안 대표는 '사탄탱고'의 제1장 제목인 '그들이 온다는 소식'을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을 보여주는 문장으로 꼽았다. "'그들이 온다는 소식'이란 문장은 작가를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문장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실루엣이 보이고 바람이 불고 극도의 긴장감으로 독자를 앉혀 놓잖아요."

노벨문학상 발표와 동시에 '사탄탱고'를 비롯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책은 주요 서점가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최상위권을 석권 중이다. 독자들의 열기로 창고 재고가 동나자 안 대표는 이날 '사탄탱고' 1만부, '저항의 멜랑콜리'를 비롯한 다섯 작품은 총 1만5000부 증쇄를 결정한 상태다. 안 대표는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소설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는 독자들이 꼭 도전할 만한 작품"이라고 책을 소개했다. "빠른 속도로 살아가면서 자신을 휘발시키고 숏폼에 익숙해진 우리이지만,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은 그와 정반대 지점에 있어요. 각박한 현실에서 온전히 예술과 나만의 시공간을 만들어보는 경험입니다. 극장에 10시간 동안 갇혀 '사탄탱고'를 보다가 나오면 시간이 달리 흐르는데, 그의 책도 그런 경험을 선사하리라 믿어요. 책 안에서 책 밖으로 나왔을 때 새로운 세상이 확 열리는 느낌, 그 감격과 그 감동을 느껴보기를 권합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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