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연구에서는 여러 종교의 예배 참석이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제시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영국 가구 패널 조사’(British Household Panel Survey)의 18년 치 데이터를 분석한 새로운 연구에서는 그러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몇몇 경우에는 예배 참석이 증가할수록 정신 건강 상태가 악화하는 경향도 보였다.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됐다.종교 예배 참석이란?심리 전문 매체 사이포스트(PsyPost.org)에 따르면 종교 예배 참석은 기독교의 교회, 이슬람교의 모스크, 유대교 회당, 불교의 사원 등에서 이뤄지는 조직적인 종교 모임에 얼마나 자주 참여하는 지를 나타낸다. 이는 심리학과 건강 연구에서 종교성과 관련된 주요 지표로 자주 다뤄왔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정기적인 예배 참석은 우울증, 불안, 약물남용 감소와 같은 더 나은 정신 건강 결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주로 종교 공동체가 제공하는 강한 소속감, 정서적 연결과 같은 사회적 지지와 관련이 있다. 또한, 종교 예배 참석은 어려운 상황에서 희망, 용서, 의미 찾기와 같은 긍정적인 대처 전략을 촉진할 수 있다. 또한 종교 활동 참여는 건강한 생활습관과도 종종 연관되어 있어, 간접적으로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점은 개인의 신념과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떤 개인에게는 종교 환경이 스트레스를 유발하거나 낙인을 강화할 수도 있다. 특히 참석이 자발적이고 개인적으로 의미 있을 때 효과가 더 크며, 사회적 압력에 의한 참석일 경우 그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연구 목적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교 연구자들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종교 예배 참석과 정신 건강 간의 관계에서 개인 내 변화와 개인 간 차이를 모두 조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먼저 개인 내 변화로, 개인의 예배 참석 빈도의 변화가 시간에 따라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두 번째는 개인 간 차이로, 예배 참석 빈도가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간 정신 건강 차이를 비교 평가했다.
연구 대상자는 1991년부터 2009년까지 18회에 걸쳐 수행한 영국 가구 패널 조사에서 설문 조사를 완료한 평균 나이 44세의 영국 성인 2만9298명으로 여성 비율이 53%였다.
예배 참석과 정신 건강간의 관계
특정 시점에서 종교 행사 참석은 이후 정신 건강 결과에 대체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배 참석 빈도가 이전보다 높다고 밝힌 참가자의 경우에도 정신 건강이 개선되는 경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몇몇 경우에는 종교 예배 참석 증가가 이뤄진 특정 시기 다음에 진행한 조사에서 정신 건강이 악화했다고 보고했다.
종교 예배 참석이 삶의 만족도를 개선한다는 명확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일부 시점에서는 자신감 상실이 증가한 뒤 종교 예배 참석이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이는 종교 예배 참석이 정신 건강을 개선하기보다는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더 자주 종교적 활동에 의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이 같은 결과는 종교 행사 참석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가정에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썼다.
다만 이번 연구는 영국의 표본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에 다른 문화권과 다른 종교권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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