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IT·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최근 엔씨가 자사 게임 '리니지 클래식'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29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영래기'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게임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게임사와 뉴미디어 창작자 간의 단순한 법적 분쟁을 넘어, 현재 대한민국 게임 생태계가 안고 있는 여러 모순과 과제를 동시에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은 일부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무책임한 정보 유통 방식이다. 최근 적지 않은 게임 유튜버들이 이른바 3N으로 대표되는 대형 게임사들을 비판의 표적을 넘어 이른바 '조회수 자판기'로 소비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정통 언론과 달리 반론권 보장이나 교차 검증을 통한 확실한 팩트 체크 과정은 생략된 채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위한 자극적이고 단정적인 표현만이 난무한다. 게임산업의 발전과 이용자 권익을 위한 건전한 비판은 필수적이나,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조차 결여된 선동은 결국 산업 전체 그리고 플랫폼 및 채널 스스로의 신뢰도를 깎아내릴 뿐이다. 뉴미디어 창작자들 역시 스스로 지닌 매체의 파급력에 걸맞은 무거운 책임감과 사실 확인 노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대하는 엔씨의 이례적인 강경 대응 역시 우려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과거 자사 신작 폄훼와 '작업장 연루설' 등 노골적인 악의를 띠었던 유튜버 '겜창현'에 대한 고소 사례의 경우, 법률적으로 명예훼손 및 영업방해 성립 가능성이 충분히 점쳐지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이번 '영래기' 사안은 결이 조금 다르다. 만약 방송 내용 중 '신고자가 오히려 제재를 당했다'는 핵심적 뼈대가 일부라도 사실에 부합한다면 “주말에 일하기 싫어서인지” “유저에게 짬처리했다”와 같은 자극적인 수사들은 허위사실 유포라기보다는 사실에 기반한 가치 판단이나 주관적 의견 표명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즉 법률적으로 범죄 성립 여부가 상당히 불투명한 사안임에도 대형 게임사가 유튜버의 채널명을 콕 집어 특정하고 직접 언론에 보도자료까지 전달하며 나선 것이다. 이는 단순히 회사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넘어 자사를 향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뉴미디어 생태계 전반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 내지는 '입막음'의 의도로 비칠 소지가 있다.
결국 이번 사안의 본질은 사법적 잣대 너머에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옛말처럼 리니지 클래식의 불법 프로그램(매크로) 방치 논란은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며 실제로 다수의 이용자들이 극심한 피로감과 불만을 호소하고 있는 실질적인 문제다.
여전히 '리니지 클래식'내 매크로 등 불법 프로그램 사용 캐릭터들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만에 하나 신고자가 억울하게 제재를 당한 정황까지 확인된다면 게임사는 유튜버의 과장된 표현을 꼬투리 잡아 '허위사실'이라며 강경 대응하는 것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왜 이용자들 사이에서 이런 불신과 소문이 팽배하게 퍼졌는가”를 뼈아프게 성찰하는 자세다. 불법 프로그램 제재 내역과 기준을 더욱 투명하게 공개하고, 신고 시스템의 허점을 인정하고 개선하겠다는 소통의 메시지가 선행되어야 마땅하다.
엔씨 역시 소통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동사의 '아이온2'가 개발 과정에서 보여준 끈질긴 소통의 노력은 이용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것을 넘어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커피 트럭을 보내고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키는 훌륭한 선례를 남긴 바 있다.
건강한 게임 문화는 법정에서의 공방이나 고소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주장의 허위 여부가 게이머들의 여론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유튜버들은 크리에이터로서의 윤리와 팩트 체크의 무게를 되새겨야 하고, 게임사는 비판의 목소리를 사법의 영역으로 끌고 가기 전에 스스로의 운영 시스템과 소통 방식을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 맹목적인 비난과 기계적인 고소가 오가는 소모전을 멈추고, 게임사와 이용자, 그리고 뉴미디어가 상호 존중 속에 소통하는 성숙한 생태계가 속히 자리 잡기를 바란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IT·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 colalawy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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