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핸드볼을 이끌어온 자매, 김온아(삼척시청)와 김선화(삼척시청)가 나란히 은퇴하며 20여 년의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은퇴식은 지난 13일 오후 12시 50분, 삼척시청과 SK슈가글라이더즈의 2024-25 핸드볼 H-리그 여자부 마지막 정규리그 경기를 앞두고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가족, 팬, 팀 동료들이 함께해 두 자매의 마지막 걸음을 따뜻하게 배웅했다.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올림픽의 마지막 메달리스트인 김온아의 은퇴식이 알려지면서 팬들이 일찌감치 체육관 앞에서 기다리는 등 인기를 실감케 했다.
김온아, 통산 228경기 788골…영광의 커리어 마무리
1988년생 김온아는 무안초-무안북중-백제고를 거쳐 벽산건설, 인천시체육회, SK슈가글라이더즈, 인천시청, 삼척시청 등 여러 팀에서 활약했다. 2007년 국가대표로 발탁된 그는 2008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7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굵직한 국제무대에서 팀의 중심 역할을 해냈다.
국내 무대에서는 신인상(2005), 득점왕(2009, 2015), 도움왕(2010, 2015), 정규리그 MVP(2010, 2011, 2014, 2015, 2017) 등 각종 개인상을 휩쓸며 ‘믿고 보는 에이스’로 통했다. 공식 통산 228경기에서 788골, 676도움을 기록했다.
이날 은퇴식에서는 김두경 삼척시청 부단장이 공로패를 전달하고, 동료 선수들이 꽃다발과 선물을 건넸다. 김온아는 “치열했던 코트에서 늘 응원해 주시고 지지해 주셨던 감독님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팬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후회 없이 은퇴하려 했고, 오늘 이 자리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제 방식대로 진심을 담아 돌려드리고 싶다”고 감회를 밝혔다.
현재 김온아는 핸드볼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해설은 팬들과 계속 연결될 좋은 기회라 생각했고, 지도자 등 여러 방향으로 핸드볼에 계속 몸담을 계획”이라며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전했다.
김선화, 통산 1045골…작지만 강한 윙의 이별
1991년생 김선화는 언니 김온아의 뒤를 따라 핸드볼에 입문했다. 왼손잡이라는 특장점을 살려 윙으로 포지션을 전환한 그는 SK슈가글라이더즈, 인천시청, 대구시청, 삼척시청 등에서 활약했다.
공식 통산 226경기에서 1045골, 17도움을 기록했으며, 2017 SK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베스트7(라이트윙)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가대표로는 2012 아시아선수권부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7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까지 굵직한 무대에 이름을 남겼다.
이번 시즌에는 별도의 은퇴식을 치르지 않았지만, 가족과 지인, 팬들 약 30명과 함께한 조촐한 자리를 통해 은퇴를 자축했다. 그는 “솔직히 조금 더 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한 달 정도 지나니 빨리 그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스트레스 없이 행복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6월에는 SK호크스 김기민 선수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는 “지금은 핸드볼을 벗어나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려 한다”고 전했다.
자매의 시작과 끝…세 자매 모두 핸드볼로
김온아·김선화 자매는 각각 초등학교 3~4학년 시절 핸드볼에 입문했다. 언니 김가나 역시 대구광역시청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핸드볼 세 자매로, 모두 코트를 누볐던 보기 드문 사례다.
김온아는 “언니가 먼저 시작했고, 나도 운동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선화는 체육관 따라다니다가 왼손잡이여서 선생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맏언니는 부상 때문에 일찍 은퇴하는 바람에 김온아와 김선화 두 자매는 선수 시절 대부분 같은 팀에서 뛰었고, 마지막까지 나란히 삼척시청에서 함께 뛴 뒤 은퇴를 맞이했다.
김선화는 “언니와 같은 팀에서 뛰면서 부모님이 좋아하셨고, 함께 있을 때 더 안정적이고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가장 필요로 했던 대구광역시청에서의 1년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후배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조언
두 자매는 한목소리로 부상이 선수 생활을 가장 힘들게 한다고 전했다. 핸드볼이 워낙 격렬한 운동이다 보니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부상이기 때문이다.
김온아는 “부상으로 인해 뛰지 못한 경기가 많았다. 후배들이 철저하게 몸을 관리해야 선수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다”고 당부하고, “지금도 부상을 달고 뛰는 선수들이 있는데 완쾌된 후에 뛰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대한민국 핸드볼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당부의 말도 전했다.
김선화는 스스로를 노력형이었다고 소개하며 “노력하다 보니 최고는 아니지만, 기억에 남는 선수로 마무리하게 됐다”며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빛을 발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전했다.
여자핸드볼의 영광과 고비를 함께한 자매의 은퇴는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기지만, 동시에 깊은 감동과 격려를 전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의 은퇴가 한국 핸드볼의 다음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
김온아 프로필
1988. 9. 6.
무안초등학교-무안북중학교-백제고등학교-벽산건설-인천광역시체육회-SK슈가글라이더즈-인천광역시청-삼척시청
2007 아시아 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 국가대표
2008 제19회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
2009 SK핸드볼 큰잔치 득점왕
2010 SK핸드볼 큰잔치 MVP, 어시스트상, 베스트 7
2010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2 제30회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
2014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2014 제3회 MBN 여성스포츠대상 시상식 페어플레이어상
2015 제28회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은메달
2016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국가대표
2017 SK핸드볼 코리아리그 챔피언 결정전 MVP
2017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김선화 프로필
1991. 1. 7.
무안초등학교-무안북중학교-백제고등학교-벽산건설-인천광역시체육회-SK슈가글라이더즈-인천광역시청-대구광역시청-삼척시청
2010 제17회 세계 여자주니어핸드볼선수권대회 국가대표
2012 제14회 아시아 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국가대표
2013 제21회 세계 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국가대표
2014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2017 SK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베스트 7(라이트 윙)
2017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금메달
2023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은메달
[김용필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