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 명품 소유 대신 '백꾸' 택한 젠지…커스텀 전략 적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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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의 앰배서더인 그룹 아이들(i-dle) 소연의 올해 봄 컬렉션 화보.  코치 제공

코치의 앰배서더인 그룹 아이들(i-dle) 소연의 올해 봄 컬렉션 화보. 코치 제공

코로나19 시기 명품산업 호황을 이끌었던 유럽 주요 럭셔리 브랜드가 소비 침체 여파로 휘청이는 가운데 코치의 성장이 눈에 띈다. 수백만원대 럭셔리 브랜드 제품 구매를 망설이는 Z세대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는 코치의 제품에 지갑을 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참,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등 자신의 취향대로 제품을 꾸밀 수 있도록 한 코치의 전략이 트렌드에 잘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명품업계에선 코치의 부활을 두고 “명품 소비 방식의 변화가 엿보이는 지점이 있다”고 해석한다. 과거 명품 소비 형태는 오픈런을 해서라도 값비싼 제품 하나를 구매해 소유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면, 최근 젊은 소비자들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산 뒤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미는 데 더 큰 재미를 느낀다. 명품 브랜드들이 ‘남들이 알아보는 로고’에 주목할 때, 코치는 ‘내가 어떻게 연출할 수 있는지’에 초첨을 둔 것이다.

코치, 명품 소유 대신 '백꾸' 택한 젠지…커스텀 전략 적중했다

코치의 대표 제품인 태비백은 1970년대 코치 아카이브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코치는 단순히 태비백을 하나만을 마케팅해 팔지 않는다. 퀼팅, 체인, 핸들, 소프트 태비 등으로 태비백 라인을 넓히고, 여기에 행택, 스트랩, 커스터마이징 요소를 더했다. 같은 태비백이라도 어떤 참을 달고 어떤 행택을 붙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가방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제품의 플랫폼화’로 본다. 과거 명품백은 완성된 제품을 사는 것으로 소비가 끝났다. 하지만 코치는 가방을 산 이후에도 소비자가 계속 꾸미고 바꿀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작은 참 하나, 택 하나가 추가 구매를 유도하고, 동시에 소비자가 브랜드와 관계를 이어가게 하는 장치가 된다.

이같은 전략은 Z세대의 소비 성향과 잘 맞아 떨어졌다. Z세대는 특정 브랜드를 무조건 소유하기보다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하나의 스타일에 고정되지 않고 학교, 직장, 친구 모임, 취미 생활 등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코치는 태비백을 이런 유연한 정체성을 담는 도구로 제안했다. 가방은 같아도 장식과 연출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코치 관계자는 “‘패션은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수단 자체로 의미 있다’는 관점을 바탕으로, 현 시대와 어울리는 비율과 색감, 새로운 아이디어를 활용해 미래를 관통하는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의미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코치는 올해 ‘2026 브랜드 고객충성도 대상’ 여성 가방 부문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조사에서는 브랜드 신뢰, 브랜드 애착, 재구매 의도, 타인 추천 의도, 전환 의도 등 5개 분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응답자의 87% 이상이 여성이었고, 2030세대 비중이 컸다.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다.

코치가 무신사 스토어 성수, 더현대 서울 등 Z세대가 모이는 공간에서 팝업을 열고, 마뗑킴 같은 국내 브랜드와 협업한 것도 이 흐름과 맞물린다. 과거 명품 매장이 백화점 중심의 영업 전략을 꾀했다면 코치는 젊은 소비자의 접근성을 넓히고 경험을 제공했다. Z세대들이 선호하는 공간으로 들어가 직접 만지고 꾸미고 사진으로 남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코치는 가죽 케어, 스타일링 상담, 커스터마이징 등을 통해 매장을 구매 공간에서 체험 공간으로 바꿨다. 최근엔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에 코치 카페를 열어 오프라인에서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Z세대는 제품을 SNS에서 발견하고 매장에서 체험한 뒤, 다시 온라인에 공유한다. 코치는 소비자들이 마케팅 콘텐츠를 직접 만들도록 유도했다. 대부분 광고는 Z세대를 타깃으로 한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집행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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