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내년 1월부터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하기로 한 가운데, 가상자산 과세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이 5만명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국회 법에 따라 다음 달에 소관 상임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될 전망이어서 과세 폐지 여부를 놓고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21일 국회전자청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등록된 ‘가상자산 과세폐지에 관한 청원’은 이날 오후 12시30분 기준 5만479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는 지난 13일 청원이 시작된 지 8일 만에 목표치(5만명)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청원 동의 기간이 내달 12일까지이기 때문에 목표치(5만명)를 달성해도 동의수는 내달 12일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데일리가 국회 민원지원센터·의사과·재정경제기획위원회(재경위) 사무처에 확인한 결과, 청원은 홈페이지 공개 후 30일 내 동의 인원 5만명을 달성하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과세 관련 청원은 재정경제부, 국세청 소관 상임위인 재경위로 회부돼 논의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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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챗GPT) |
재경위로 회부된지 30일이 지난 뒤에는 안건이 재경위 전체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국회법(제59조의2)에 따르면 국민 청원의 경우 위원회에 회부된 후 30일이 지난 날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재경위에 상정돼야 한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1일 이후 열리는 재경위 전체회의에 ‘과세 폐지’ 국민 청원이 안건으로 상정될 전망이다.
국회 의사과 관계자는 “국회법에 따라 (소관 상임위) 위원장이 간사와 합의하는 경우에는 국민 청원 안건을 상정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별 일이 있지 않는 한 회부된 지 30일 이후 재경위에 안건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건이 상정되면 내년에 시행될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폐지할지 여부를 논의하게 된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을 양도·대여해 발생하는 소득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과세 된다. 250만원을 초과하는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기타소득세(20%)와 지방소득세(2%)를 합산한 총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로 대주주가 아닌 일반 주식 투자자들은 비과세이지만 코인 투자에는 내년부터 이같은 과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과세는 전체 투자자 1326만명(작년 12월 업비트 누적 회원 기준)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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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국회전자청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등록된 ‘가상자산 과세폐지에 관한 청원’은 이날 오후 12시30분 기준 5만479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는 지난 13일 청원이 시작된 지 8일 만에 목표치(5만명)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청원 동의 기간이 내달 12일까지이기 때문에 목표치(5만명)를 달성해도 동의수는 내달 12일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사진=국회) |
정부·여당은 예정대로 과세하겠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지난 4일 방송에 출연해 “예정대로 (내년 1월에 가상자산을)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과세 폐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도 변경 문제는 선거용으로 급조해 공론을 만들고 의사 결정하는 것보다는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적절하다”며 폐지론에 선을 그었다.
문경호 재경부 소득세제과장도 지난 7일 국회 토론회(주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한국조세정책학회 주최)에서 재경부 입장이라고 전제한 뒤 “내년 1월 예정대로 가상자산 과세를 할 것”이라며 “국세청 고시가 금년 중으로 발효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정열 국세청 개인납세국장도 지난달 29일 세종시 국세청 본청에서 진행한 ‘5월 종합소득세·지방소득세 신고’ 관련 브리핑에서 가상자산 소득세 신고 관련해 질문을 받자 “내년부터 발생하는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과세하도록 법이 제정된 만큼 2028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부터 신고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정부·여당의 구체적인 입장은 내달 공개될 전망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6월 말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경방)을 발표하기로 해, 경방 발표 내용이나 질의응답 과정에서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재경부는 7월 말에 내년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할 계획이어서, 이때 구체적인 가상자산 과세 내용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과세 폐지 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3월19일 가상자산에 대한 소득세 조항(소득세법 제21조제1항제27호)을 삭제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주식엔 사실상 과세하지 않은데 가상자산에만 22% 일괄 과세하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지 않고, 인프라·준비도 미흡해 과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두나무(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스트리미(고팍스) 등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무리한 과세가 추진될 경우 가뜩이나 거래량이 작년보다 급감한 가운데 시장이 더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시행 7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는데 시행, 유예, 폐지론이 불거지면서 조세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시장에서 제기되는 우려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은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에 공감하면서도 “조세는 단순히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과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정하지 않은 과세, 준비되지 않은 과세는 시장을 왜곡하고 납세자의 신뢰를 훼손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참조 이데일리 3월23일자 <가상자산 과세, 필요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다음은 국민 5만명이 동의한 청원 내용 전문이다.
청원의 취지
최근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형평성 논란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주식 등 전통 금융자산에 대해서는 과세를 철회하거나 완화하면서, 가상자산에 대해서만 별도의 과세를 강행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과 투자자 간 형평성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동일하게 투자 목적의 자산임에도 특정 자산군에만 불리한 세 부담을 지우는 것은 조세 형평 원칙에도 어긋날 수 있습니다.
가상자산 과세 문제는 단순한 세율 논쟁이 아닙니다. 이는 국가가 미래 금융 산업과 디지털 자산을 어떤 방향으로 바라보고 육성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 판단의 문제입니다. 현재의 정책은 규제와 세수 확보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으며, 산업 경쟁력과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에 대한 고려는 부족하다는 우려가 큽니다. 단기적인 세수 확보를 위해 과세를 강행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산업 위축과 자본·인재의 해외 유출이라는 더 큰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욱이 가상자산 시장은 사기성 프로젝트, 부실 상장, 거래소 중심 구조 등으로 인해 투자 위험이 매우 높은 시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와 피해 구제 제도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주식시장처럼 공매도 규제, 상장 심사, 투자자 보호 기금, 불공정 거래 감시 체계 등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만 먼저 시행하는 것은 균형을 잃은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현행 가상자산 과세 체계는 높은 변동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시장 특성상 단기간에 큰 평가차익이 발생했다가 다시 급락하는 경우가 빈번함에도, 제도 미비로 인해 실제 체감 수익과 괴리된 세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이는 투자자의 재정적 안정성을 해칠 뿐 아니라 정상적인 경제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행 가상자산 과세 제도는 단순한 보완이나 유예 수준이 아니라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충분한 제도적 기반과 투자자 보호 장치, 국제적 형평성, 시장 현실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성급한 과세는 국민 부담과 산업 위축만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는 가상자산 과세의 강행이 아니라, 폐지를 포함한 전면적인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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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경경제부 장관은 6월 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나 질의응답을 통해 가상자산 과세 관련해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위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과 구 부총리가 국무회의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이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청원의 내용
1)주식시장과의 형평성 문제
현행 가상자산 과세 논의의 출발점은 ‘다른 자산과의 형평성 확보’였지만, 현재 제도는 형평성을 강화하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불균형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주식시장은 일반 투자자의 양도차익에 대해 사실상 비과세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가상자산은 250만 원이라는 낮은 공제 기준과 함께 즉각적인 과세 대상이 됩니다.
주식은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과정에서 손실에 대한 이월공제를 허용하려 했던 반면, 가상자산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결손금 이월공제가 배제되고 있습니다. 이는 동일한 투자 성격의 자산 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2)장기 하락 중인 시장 현실
가상자산 시장은 장기간의 하락으로 인해 대다수 투자자가 심각한 투자 손실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부과한다’는 원칙 아래 이루어져야 하지만, 현재 시장 상황은 실질적인 소득보다 손실 규모가 훨씬 큰 구조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세를 강행할 경우 정책의 실효성과 국민적 공감대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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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에는 금투세 폐지로 대주주가 아닌 일반 투자자들에게 과세가 되지 않은데 코인에는 내년부터 250만원 초과 수익에 22% 과세가 된다. (자료=국회, 재정경제부, 국세청) |
3)청년 자산 형성 기회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해 청년층의 자산 형성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자산 축적 없이는 주택 구매가 어려운 현실 속에서, 가상자산은 일부 청년층에게 사실상 마지막 투자 기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과세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청년층의 자산 형성 기회는 더욱 축소될 수 있습니다.
4)과세 구조의 한계
현행 과세 체계는 손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로 인해, 실질적으로는 손실 회복 과정에서도 세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있으며, 결과적으로 손실 상태의 국민에게까지 부담을 지우는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거래 과정에서 이미 각종 수수료 및 비용 부담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추가 과세는 투자자들에게 이중 부담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상자산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될 경우 22%의 높은 세율뿐 아니라 추가로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 가능성까지 발생해 과도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5)과세 시행 시 예상되는 부작용
현 시점에서 과세가 시행될 경우 이미 위축된 시장에 추가적인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큽니다. 투자 자금이 다른 자산 시장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과세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시장 유동성 감소가 심화될 수 있으며, 이는 시장 위축과 과세 실효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국내 투자 자금의 해외 유출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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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세청은 내년 1월 소득세법 시행에 맞춰 가상자산 과세 준비를 할 방침이다. 사진은 세종시에 위치한 국세청 본청 모습. (사진=최훈길 기자) |
결론
가상자산 과세는 제도적 기반과 투자자 보호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장기간의 시장 하락으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이 이미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세까지 강행될 경우 투자자들에게 이중·삼중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행 가상자산 과세 정책은 국민적 공감대와 시장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정책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으며, 무리한 과세 강행은 조세 확보라는 본래 목적보다 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가상자산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전면 재검토 및 과세 폐지에 대해 청원합니다.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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