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9개월만에 2700 탈환…"반도체 살아나면 삼천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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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9개월여 만에 2700을 넘어섰다. 상호관세 무효 판결, 대선 주자들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관련 공약, 엔비디아의 호실적 등 호재가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단기 과열로 올여름엔 잠시 쉬어가겠지만 새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에 힘입어 추가로 상승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호재 겹친 증시

코스피지수는 29일 1.89% 상승한 2720.64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8월 23일(2701.69) 후 9개월여 만에 2700을 다시 돌파했다.

지난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상대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무효라는 미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 판단이 나오자 증시에 큰 호재로 작용했다. 당분간 관련 법적 분쟁이 지속되더라도 최종 관세는 결과적으로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최종혁 시스퀘어자산운용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주장해 온 최악의 시나리오대로는 가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관세 부과 부담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던 현대차와 기아는 이날 각각 2.74%, 4.72% 올랐다.

다음달 3일 치러지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앞다퉈 증시 부양을 위한 공약을 내놓은 것도 증시를 끌어올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상법 개정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여론조사 1위를 기록 중인 이 후보가 사전투표 첫날 ‘코스피지수 5000’ 공약 달성 의지를 거듭 강조하자 증권주는 이날 줄줄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상상인증권은 가격제한폭(29.98%)까지 올랐고 미래에셋증권(23.21%)과 대신증권(9.47%), 한국금융지주(9.06%) 등도 크게 상승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자사주 소각 의무화 공약 영향으로 HD현대(11.26%), 두산(8.63%), SK(8.51%) 등 지주사도 일제히 급등했다.

이날 장중 한국은행이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2.50%로 인하하며 국내 경기 부양에 나선 것도 투자심리 개선에 기여했다. 한은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눈높이를 0.8%로 낮추자 경기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 횟수와 폭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시장 내부에 퍼졌다. 엔비디아 실적 호조에 힘입어 두산에너빌리티(6.03%) 등 원자력과 LS일렉트릭(2.62%) 등 전력기기 업종도 크게 상승했다.

◇코스피 3000 가능할까

코스피지수가 3000선까지 상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지난달 9일 미국의 고강도 상호관세 여파로 2293.7까지 떨어진 코스피지수는 한 달 반 만에 19% 가까이 급등했다. 상장사 실적 추정치는 제자리걸음이지만 대선 이후 증시 부양 기대와 후퇴한 관세 정책을 발판 삼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만 올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대선 후보 공약을 증시가 선반영하면서 지나치게 과열된 측면이 있다”며 “하반기 글로벌 경기 전망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름 증시는 잠시 쉬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관세 충격이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고 최근 약달러 환경 때문에 수출 여건도 좋지 못하다는 점이 변수”라며 “3000선까지 올라가려면 이 같은 변수가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선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터치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분석도 많다. 강 대표는 “배당 분리과세와 상속세 경감 등이 대선 이후 실현되면 여름에 잠시 쉰 뒤 코스피지수는 내년께 3000선을 훌쩍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종혁 대표도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치고 올라온다면 지수가 지금보다 더 오를 여력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는 “조선과 방위산업, 전력기기 등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는 종목이 하반기에도 선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성미/이시은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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