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10대 증권사들이 제시한 하반기 코스피 지수의 고(高)점 평균은 3430선이었다. 3100선에서 등락 중인 현 지수보다 최소 300포인트는 더 오른다는 것이다. 증시 상승의 호재로는 상법 개정안의 적용 등 정부의 주주 환원 정책과 미국의 금리 인하 등이 꼽혔다. 다만, 다소 과열된 증시가 3분기부터는 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발(發) ‘관세 정책’의 추이에 따라 상황은 변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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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코스피, 3710도 가능?…“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하나증권은 코스피 상단으로 증권사 중 가장 높은 3710을 제시했다. 코스피가 과거 역사적 고점(2021년)을 달성했던 국면 당시 평균 PER(주가수익비율) 14.2배를 적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PER이 높다는 건 그만큼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다는 의미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법 개정을 위시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멀티플 리레이팅(재평가)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저 2900에서 최고 3150로, 고점 예상 수치가 증권사들 중 가장 낮았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엔 기간 조정이 일어나고 4분기부터 점진적인 상승세를 나타낼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950~3400을 제시하며 “2025년 하반기를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 정상화’의 시기로 본다면, 현재 9.5%의 ROE(자기자본이익률)에 적정한 수준인 P/B(주가순자산배수) 1배를 중심으로 주가 밴드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메리츠증권은 상단 3410선을 예상했다. 코스피가 3000을 넘겼던 2021년에는 개인 순매수가 지수 상승을 주도했지만, 현재는 연초 대비(YTD) 주요 순매수 주체가 연기금이다. 즉, 개인의 순매수가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가로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대신증권은 상단 3400, 신한투자증권은 2850~3500, 키움증권은 2750~3300, NH투자증권은 2800~3600을 각각 제시했다.
밸류업 정책·美 금리 인하 등 호재 요인
다수 증권사들은 △새 정부의 밸류업(value-up) 정책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의 금리 인하 움직임 등을 증시 상승의 요인으로 들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쏠림을 해소하고 국내 주식시장을 활성화해 ‘코스피 5000’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국회에서는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주주 환원적 성격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도 추진 중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밸류업 관련 정책 및 법개정, AI(인공지능) 투자 정책 모멘텀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 상승 촉매로 작용한 것은 상법 개정과 시장구조 개선에 대한 정책 기대”라면서도 “중장기적인 상승을 이끌 요인은 글로벌 매크로 환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달러 약세가 지속되기만 한다면, 정부의 금융시장 체질 개선 정책과 더불어 한국 증시의 ‘슈퍼랠리’(급상승)를 촉발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미국이 금리를 내려 유동성을 증가시켜 투자 심리를 자극한다면 우리나라 증시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하 이벤트는 개인 및 외국인의 유동성을 유입하는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하는 물론, 4분기 미국 경기 회복 여부가 내년 상반기 흐름을 결정지을 수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기부양 정책 강화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했다.
우상향 기대 속 ‘관세 전쟁’ 등 불확실성도
증권사들은 점진적 우상향을 점치고 있지만, 마냥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의 강도 높은 관세 정책과 경기 회복 지연은 상당한 위험 요인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간 무역협상에서의 교착이 길어지고, 하반기 미국의 인플레이션으로 금리 인하가 지연된다면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관세 충격 완화 △연준의 불확실성 해소 △2분기 실적 시즌 이후 이익 모멘텀 재확보 △거버넌스 개선 현실화 등이 하반기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미국발 ‘관세 폭탄’의 경우엔 당장은 피하게 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오는 8월 1일부터 모든 한국산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8월 1일까지는 아직 협상이 유효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매년 8월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경제 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 미팅’을 전후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잭슨홀 미팅은 전세계 통화정책의 기준점이 되는 이벤트로서, 그간 증시는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관망세 혹은 약보합을 보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