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축구팀이 왜 연세대 유니폼 입냐고요?…1만km 이어진 우정 [톡톡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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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축구팀이 왜 연세대 유니폼 입냐고요?…1만km 이어진 우정 [톡톡에듀]

입력 : 2026.05.09 21:02

연세대 졸업한 콜린스·김동혁 씨
축구동아리 친구들로 시작한 기부
어느덧 축구화 100켤레씩 선사해
연세대·ZD스포츠 등도 후원 나서

연세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케냐 부루부루 스포츠 팀. [콜린스씨 제공]

연세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케냐 부루부루 스포츠 팀. [콜린스씨 제공]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는 부루부루라는 지역이 있다. 이 동네를 대표하는 부루부루 스포츠 FC는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뛴다. 파란색에 Y자가 크게 새겨진 유니폼, 바로 연세대의 유니폼이다.

연세대 유니폼을 1만km가 넘는 곳에 보낸 이들은 학교가 아닌 졸업생들이다. 지구시스템과학과를 졸업한 콜린스 씨와 축구부 골키퍼 출신인 김동혁 씨가 그 주인공이다. 연세대 신촌 캠퍼스에서 만난 이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품들을 보내줬던 것인데, 정작 우리가 더 기쁜 마음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태어난 곳도, 전공도 다 다른 이들은 축구를 사랑하는 같은 학번 친구라는 공통분모로 같은 캠퍼스에서 뭉쳤다. 2017년 처음 만난 이들은 영어로 소통하며 축구를 같이 했다. 김 씨는 “사실 콜린스가 한국말을 잘하는 줄도 모르고 3주간 영어로 대화했었다”며 “저 또한 어린 시절 일본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유학온 콜린스를 더 챙기게 됐다”고 말했다. 콜린스 씨 역시 “덕분에 한국에도 가족이 생겼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두 친구는 지금도 연세대 축구 동아리인 WTF의 OB팀에서 함께 활동하며 우정을 다지고 있다.

기부의 시작은 우연에 가까웠다. 한국으로 유학을 오기 전 부루부루 스포츠 FC에서 잠시 몸담았던 콜린스 씨는 한국에 온 뒤에도 고향에 갈 때마다 스타킹 등 간단한 물건이라도 챙기곤 했다. 콜린스 씨는 “스폰서가 없는 팀이다 보니 나처럼 해외에 나간 사람들이 가능한 도움을 주고 있었다”며 “당시만 해도 축구부 골키퍼로 활동하던 동혁이가 그럴거면 축구부의 물품을 더 받아서 전달하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고 돌아봤다.

김 씨는 “2019년에 처음으로 보냈던 것 같은데 축구부는 매 학기 새 훈련복을 지급받고, 각종 축구화 등을 받는 일도 많아서 저녁 미팅 때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더니 다들 흔쾌히 도와주기로 했다”며 웃었다. 그렇게 축구 용품을 전달받은 부루부루 스포츠 FC의 선수들은 사진을 찍어보내며 감사한 마음을 전달해왔다.

케냐로 보낼 유니폼을 들어보이고 있는 김동혁 씨와 콜린스 씨(왼쪽부터). [이용익 기자]

케냐로 보낼 유니폼을 들어보이고 있는 김동혁 씨와 콜린스 씨(왼쪽부터). [이용익 기자]

2019년 가볍게 시작한 기부는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같은 동아리 친구들도 축구용품을 주기 시작했고, 숭실대처럼 다른 학교 축구부의 선수들도 물품 기부에 참여하면서 그 양이 늘어나게 됐다.

최근에는 김 씨가 일하고 있는 스포츠 용품기업 ZD스포츠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직원이 기부 활동에 열심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호림 ZD 스포츠 대표가 아동 축구화 100켤레를 선사한 것이다. 그동안 성인 축구화 위주로 기부를 받다보니 유소년 선수들에게 미안함을 느껴왔던 콜린스 씨로서는 뛸듯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주변의 도움을 얻게 된 얘기에 두 졸업생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콜린스 씨는 “양이 적을 때는 고향에 직접 들고 갔었지만 점차 배송료와 통관 절차 등 머리가 아픈 부분이 많아졌는데 도움을 받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동안 학생일 때 수업에서 배웠던 것 이상으로 배운 것이 많다. 누군가 도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고,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늘어 더욱 좋다”고 했다.

마침내 이 일을 알게 된 대학에서도 도울 방법을 찾았다. 연세대 홍보팀에서 운송비를 부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신민영 연세대 홍보팀장은 “우리 학교의 가치를 실천하는 졸업생들이 있다고 들어서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며 웃은 뒤 “꼭 많은 액수의 기부가 아니라 해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기부인 만큼 학교에서도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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