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30명 예약이요”…유명인 사칭 ‘노쇼’ 사기 기승

3 hours ago 1

악의적·조직적 노쇼 사기 증가…사칭 수법에 속수무책
외식업자 78% 노쇼 피해…지난해 노쇼 피해구제 41%↑

“얼마 전 한 손님이 회식이라며 단체 예약을 했습니다. 중요한 날이라며 주류 거래처를 통해 ‘양주’도 주문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믿고 준비를 해놓았는데 당일이 되자 손님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단체 예약을 받느라 다른 손님들을 얼마나 많이 돌려보냈는지 몰라요. 요즘 같은 때 정말 어렵거든요. 이런 일은 정말 없어야 합니다.” (마포구 소재 식당 사장)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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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는 ‘예약부도’(노쇼)가 단순한 민폐를 넘어 사기로 진화하며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의 시름을 더 깊게 만든다.

단순 변심이나 참석이 불가능해 나타나지 않는 수준이 아니다. 특정 회사나 연예인을 사칭해 외식 소상공인들에 사기를 치는 상습범들도 등장했다. 선거운동 후 방문하겠다고 하고 잠적하는 등 레퍼토리도 점차 다양화하면서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일명 ‘블랙리스트’가 돌기도 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런 노쇼 피해를 호소하는 외식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외식 자영업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노쇼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올라온다. 특히 이들은 최근 노쇼 사기가 악의적이고 조직적으로 변했다고 토로하며 피해 예방을 목적으로 사기범의 전화번호 등을 공유하고 있다.

마포구에서 식당을 하는 김정현 씨(가명)도 최근 노쇼 사기로 피해를 보았다. 김 씨에 따르면 이달 초 자신의 가게에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 28명 단체 식사를 예약했다.

예약자는 회사 부서 사람들과 방문할 예정이라고 하며 28명분의 식사와 주류를 준비해달라고 했다. 그는 회식의 목적을 ‘축하 자리’라고 설명하며 주류 유통사를 통해(위스키)도 사다 놓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주문한 위스키 가격은 100만 원대이며 그는 술값을 식사 후 함께 계산하겠다고 했다.김 씨가 당일 대략적인 준비를 마쳐놓은 뒤 확인 전화를 걸었을 때도 그는 ‘예정대로 방문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약속 시간인 저녁 7시가 되자 예약 손님은 나타나지 않았고 예약자는 그 후로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 씨는 “단체 손님이 온다고 해서 평소보다 일찍 가게에 나와 준비했고 혹시 일손이 부족할까 해서 가족에게도 나와달라고 부탁을 해뒀었다”며 “요즘 정말 경기가 좋지 않아서 외식업자들이 힘든데 정말 저런 상습 사기범들까지 기승을 부리니 힘이 다 빠진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식당가에 폐업한 가게의 물건이 쌓여 있다. 2025.2.25/뉴스1

서울 시내 한 식당가에 폐업한 가게의 물건이 쌓여 있다. 2025.2.25/뉴스1

이외에도 노쇼 사기 행태는 다양한 형태로 자영업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서 프랜차이즈 식당을 하는 A 씨는 최근 선거운동 후 30명이 가게에 방문하겠다는 예약전화를 받았다.

전화 통화를 할 때 수화기 너머로 선거운동 하는 소리가 들렸고 이후 재차 확인 문자를 보냈을 때도 ‘꼭 가겠다’는 회신이 온 터라 의심 않고 식사 준비를 해뒀으나 결국 손님은 오지 않았다.

A 씨는 “(확인 문자로) 꼭 온다고 해서 ‘설마 안 오겠어’하는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노쇼했다”며 “온다는 시간에 안 왔을 때라도 손님을 받았어야 했다. 단골손님들까지 돌려보내면서 기다린 자신이 너무 바보같이 느껴졌다. 주변에 물어보니 다른 지역에서도 노쇼 사기를 친 번호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피해 사례 갈무리

온라인 피해 사례 갈무리

연예인이나 회사를 사칭하는 수법도 있다. 자신을 이수근 매니저, 강동원 영화 제작진 등이라고 밝힌 뒤 단체 방문을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는 식이다.

경북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 씨도 노쇼 사기 피해를 봤다. B 씨에 따르면 예약자는 자신이 방송국 직원이라고 하며 촬영 후 32명이 방문해 식사를 하겠다고 했다. 그 역시 ‘멕켈란’이라는 브랜드의 위스키를 대신 사다 달라고 했고 B 씨에 주류 구매가 가능한 업체 명함까지 전달했다.

역시 예약 시간에도 손님은 오지 않았고 이후 B 씨가 운영하는 다른 체인점으로도 비슷한 형태의 예약 전화가 걸려 왔다. 이때는 B 씨가 예약자에 선금을 요구했고 그러자 예약자는 예약금 입금을 미루다 사라졌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노쇼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212건으로 전년(150건) 대비 41% 증가했다. 2021년(45건)과 비교하면 4배 이상(371%) 늘어난 수준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지난해 11월 조사한 실태조사에서는 외식업주의 4명 중 3명(78.3%)이 최근 1년 새 노쇼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최근 연예인 사칭 등 노쇼 사기 형태가 더 다양해지고 있으며 피해도 커지고 있다. 수법도 교묘해져서 속을 수밖에 없는 판을 짜놓는다”며 “예약 전 손님에게 노쇼 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고지하고 증빙도 남겨두면 좋다. 보증금을 받는 등 ‘예약보증금제도’도 활용해야 한다. 정부도 지속적으로 피해 모니터링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올해 1월부터 노쇼로 인한 소상공인의 피해를 예방·구제하기 위해 ‘소상공인 생업 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노쇼 사기 피해를 본 소상공인은 온라인이나 유선(지방중기청이나 소진공지역센터)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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