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정부서 950억원 수수 의혹… “하마스 기습 못막아” 이유 댔지만
신베트 “총리가 기습 위협 보고 무시”… 정보수장 “국민신뢰 중요” 사퇴 거부
정치생명 연장 반대파 제거 분석도
네타냐후 총리 측과 바르 국장 측은 전쟁 직후부터 책임 소재 공방을 벌였다. 특히 신베트 측이 5일 네타냐후 정권의 책임론을 거론한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불화가 커졌다. 이 보고서에는 카타르가 하마스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총리 측이 방관했고, “하마스의 기습 공격 위협이 크다”는 수차례의 보고 또한 무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와중에 모셰 야알론 전 국방장관은 11일 공영 칸 방송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측근들이 2012년과 2018년 카타르에서 홍보비 명목으로 총 6500만 달러(약 950억 원)를 수수했다는 ‘카타르 게이트’ 의혹을 제기했다. 이로 인해 큰 파장이 일자 신베트는 관련 조사에도 착수했다. 바르 국장에 대한 해임 시도가 총리의 개인적 이해관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전쟁 책임 소재+‘카타르 게이트’ 여파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16일 바르 국장과 만난 뒤 성명을 내고 “전쟁 중에는 나와 신베트가 완벽한 신뢰 관계여야 하지만 이 신뢰가 깨졌다”며 그의 해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빠르면 19일경 전시내각 투표를 통해 해임안을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에 참여하는 장관급 인사 32명 중 투표에 참석하는 인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다만 AP통신은 최종 해임에는 크네세트(의회)와 법무장관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바르 국장은 사퇴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그는 성명을 통해 “총리가 요구하는 ‘신뢰’는 국익에 반한다. 내가 얻어야 할 신뢰는 국민의 신뢰뿐”이라고 밝혔다. 바르 국장은 네타냐후 총리의 전임자인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가 2021년 10월 발탁했다. 그간 정권 교체에 관계없이 신베트 국장직은 통상 5년 임기가 보장됐다. 관례대로라면 내년 10월까지 국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네타냐후 총리는 두 번째 집권 시절인 2019년 11월 국내 사업가들로부터 불법 향응 등을 받았다는 비리, 배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현직 총리 최초로 기소됐다. 이 재판은 아직도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 와중에 ‘카타르 게이트’까지 불거졌고 신베트가 관련 조사에 착수하자 양측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전쟁 와중 네타냐후 반대파 잇단 퇴진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선제공격을 막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적이 없다. 이 와중에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 헤르지 할레비 전 군 참모총장, 전시내각에 참여했던 중도파 인사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 등은 총리와의 이견으로 줄줄이 사퇴했다. 갈란트 전 장관, 할레비 전 참모총장의 자리는 모두 총리와 가까운 강경보수 성향 인사가 대신했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바르 국장까지 해임하려 하자 야권은 그가 ‘충성파’로 요직을 채워 권위주의 통치를 강화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도 그가 주요 보직마다 기존 인사를 해임하고 측근을 앉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론 또한 냉담하다. 지난달 말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2.5%가 “총리가 전쟁 발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48%는 “즉시 사퇴”를 촉구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