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리딩 기업의 미래 전략 - 우아한형제들
김용석 지속가능경영추진단 단장
지난해 3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속가능을 위한 배민다운 약속’을 공식 선언했다. 외식업 사장, 라이더, 소비자 등 주요 이해관계자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약속한 이 선언은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 우아한형제들이 추구하는 ESG 전략을 담고 있다. 이를 총괄하는 김용석 지속가능경영추진단장을 만나 배민의 ESG 전략과 실행 방향을 들어봤다.
- 올해부터 대표이사가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계시네요.
“네. 올해부터 대표이사가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고 계십니다. 기존에는 외부 위원이 맡았었죠. 위원장 역할을 CEO가 직접 수행하게 된 건 그만큼 ESG 정책을 전사 전략 관점에서 고려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저는 실무 총괄을 맡고 있고요. 2024년에 ‘2030 배민의 약속’을 발표했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방향을 설정한 단계였다면, 지금은 그 목표를 실천하는 단계입니다. 대표이사의 직접적 참여는 실행력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 약속 선언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요.
“그동안 해오던 것을 대외적으로 명확하게 약속한 점입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업주와 라이더, 환경을 고려한 사업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그걸 정리해 약속한 적은 없었죠. 2024년 3월 배달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겠다는 약속을 외부에 공개한 것입니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그동안 추진하고 있던 활동을 체계화하여 실행 의지를 드러낸 셈입니다. 그전까지는 내부 실천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외부 이해관계자와 신뢰를 쌓기 위한 구조로 전환한 것입니다.”
-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요.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 사장님과의 ‘함께 성장’입니다. 가게 운영을 돕고, 교육, 판로 확대, 금융 지원 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둘째, ‘전 과정의 안전과 건강’입니다. 라이더의 사고를 줄이고, 안전한 배달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친환경 배달 문화’로 온실가스배출량을 2032년까지 2022년 대비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담았습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2000억 원 규모의 사회적 투자를 이행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습니다.”
- 배달 플랫폼의 환경경영 핵심은 포장재 감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실천을 하고 계신가요.
“줄이고 바꾸고 재활용하는 3R(Reduce, Reuse, Recycle)을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사용 감축 측면에서는 수저·포크 ‘안 받기’ 기능을 앱 기본값으로 설정했습니다. 재사용 측면에서는 2022년부터 서울시와 다회용기 사용 협약을 맺고 서울 자치구를 중심으로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는 현재 서울 외 인천, 경기 일부 지역에서도 이용이 가능합니다. 또 제주 등 수도권 이외 지역에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리사이클 측면에서는 먼저 B마트에서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포장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배달 용기의 재활용률 확대를 위해 화학업계와 재활용이 쉬운 배달 용기를 개발 및 보급하고자 했고요. 다만 관련 재활용 사업 계획 변경으로 중장기 과제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 화학적 재활용 협업이 중단된 게 크네요.
“화학적 재활용 자체가 글로벌이나 국내 모두 경제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신재 플라스틱 대비 비용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정책적 지원이 충분치 않아 공장 착공 후 중단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배민은 시제품 기공식까지 참여했으나 시장 상황이 받쳐주지 못해 협업 논의가 멈춘 상황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국내 주요 기업과 물리적·화학적 재활용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기회를 탐색할 예정입니다.”
- 수저 안 받기는 실제 감축 효과를 측정했다고 들었습니다.
“대한상의 탄소감축인증센터를 통해 탄소배출 저감 효과 측정 방법과 감축량 인증을 진행했습니다. 수저·포크 안 받기 등의 기능 개발과 고객 캠페인을 통해 줄어든 온실가스를 톤수로 환산해 보니 약 2만~3만 톤 수준이었습니다. 내부 추산이 아닌 외부 인증 방식을 도입해 신뢰도를 높이고자 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플랫폼의 행동이 계량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였습니다.”
- 친환경 배달 수단 전환도 중요해 보입니다.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 관련 이해관계자와 함께 친환경 배달 수단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BSS(Battery Swapping Station) 사업자, EV 제조사, 렌털사 등과 제휴해 친환경 전기이륜차 렌털, 구매 제휴 상품을 제공하고 다양한 캠페인과 프로모션도 운영 중입니다. 또 친환경 배달 수단 전환을 위한 인프라 구축, 라이더 대상 인식 제고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5년부터 국토부·광명시와 함께 스마트도시 조성사업에 참여해 BSS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존·신규 라이더 대상 전기이륜차 전환을 위한 프로모션을 기획·운영해 광명시 및 인근 지역에 친환경 배달 환경을 조성해나갈 계획입니다.
- ESG 경영 성과의 재무적 측정도 최근 중요 현안인데요.
“우리는 플랫폼이기에 거래액(GMV)이 핵심 지표입니다. 거래액이 늘어난다는 건 업주 매출이 늘고, 라이더의 소득이 올라가며, 소비자도 만족한다는 뜻이죠. 우리의 ESG 전략은 이 거래가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그 안에서 사회공헌이 이루어지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경영의 일부로 작동하는 거죠. ESG를 통해 업주, 라이더, 소비자의 신뢰와 만족을 높이면 플랫폼 내 거래는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매출 및 수익성과 연결될 것입니다.”
- ESG 경영과 관련해 KPI(핵심성과지표)는 따로 관리하고 계신가요.
“지속가능경영추진단에서 각 사업부가 참여해 과제를 설정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합니다. 사업 파트별로 내부 평가에 반영되고, 필요 시 인센티브와 연결됩니다.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항목은 사내 평가 체계 전반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ESG 핵심 과제의 진행 상황은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통해 점검하고, 일부는 배민스토리(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외부와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습니다.”
- 라이더도 중요 이해관계자인데요.
“라이더의 안전과 건강도 최우선 ESG 경영 과제입니다. 이에 라이더스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약 2만 명(2025년 5월 기준)이 교육을 받았고, 올해 하남시에 270억 원을 투입해 전용 교육장을 신설할 예정입니다. 교육 이수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배달 중 사고 위험도를 낮추기 위한 머신러닝 기반 동선 설계도 함께 운영 중입니다. 또 시간제 보험료 인하, 폭언·폭행 대응 지원, 물품 지원 등 다양한 복지 제도도 시행 중입니다.”
- 배달에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계시네요.
“우아한형제들은 AI 추천 배차 시스템을 통해 주문 정보, 라이더 위치 및 상태, 실시간 교통 상황 등을 분석해 라이더에게 최적의 배차를 제공합니다. AI 추천 배차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라이더의 안전 운행(사고 위험 130% 감소)과 수익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은 유럽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를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우아한형제들은 지속가능한 배달 생태계를 위해 라이더들과의 소통 체계를 강화하고, 다양한 정책을 통해 배달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것입니다.”
- AI나 알고리즘 기술이 ESG와도 연결되나요.
“머신러닝을 통해 라이더 동선을 최적화합니다. ‘알뜰배달’ 기능은 두 건 이상 배차를 자동으로 매칭해 배달비를 낮춥니다. 라이더의 안전뿐 아니라 수익성을 제고하며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소비자에게는 AI 기반 메뉴 추천 기능도 운영 중입니다. 향후 업주에게 상권 분석, 매출 예측 등 경영 의사결정을 돕는 서비스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현재 업주 데이터를 외부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상권 데이터나 카드 매출액 같은 정보를 한국신용데이터, 소상공인연합회 등에 무상으로 제공하는데, 데이터의 공익적 가치에 기반해 접근하고 있습니다.”
- 외식업 사장을 위한 교육과 정보 제공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우아한형제들은 외식업 사장님들이 성공적으로 가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체계적 교육과 정보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대표적으로 ‘배민아카데미’는 온·오프라인 기반으로 운영되며, 2025년 4월 기준 누적 수강 사장님이 30만 명에 달합니다. 교육과정은 장사에 필요한 기초 지식부터 외식업 경영 전반에 걸친 이론·실습, 일대일 맞춤 상담과 컨설팅까지 폭넓게 구성돼 있습니다. 또 ‘배민외식업광장’을 통해 외식업 정책, 최신 트렌드, 경영전략 등 실무에 필요한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합니다. 사장님들이 사업 환경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죠.”
- 실제 가게 운영과 매출 관리를 돕기 위한 서비스도 있나요.
“사장님들이 손쉽게 가게를 관리하고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디지털 도구와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배민셀프서비스’는 메뉴 설정, 배달 팁 조정, 고객 리뷰 관리 등 운영에 필요한 항목을 사장님이 직접 편리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아울러 신규 및 재방문 고객 수, 연령·성별 분석, 인기 메뉴, 지역별 주문 특성 등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과 분석 리포트를 제공하며, 매출 정보 및 광고 효율 등도 함께 확인할 수 있어 데이터 기반 경영 판단이 가능합니다. 외식업 상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소상공인 365’ 플랫폼을 통해 배달 관련 상권 분석 정보도 제공합니다. 이 자료는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나 무료로 열람할 수 있습니다. 2024년 4월부터는 외식업 자문단을 운영해 실질적 컨설팅을 제공하고, 경영 애로를 겪는 사장님들에게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ESG 경영 관점에서 특히 주목하는 정책 변화가 있나요.
“사장님의 성장과 라이더 안전 관련 정책 외에도 일회용품 규제, 친환경 운송수단 보급, 온실가스 감축 외에도 비재무정보 공시 같은 규제 변화가 특히 주목됩니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 그룹과 함께 글로벌 공시 기준도 함께 대응하고 있습니다. 국내 환경부 정책, ESG 공시 관련 K-ESG, 유럽 CSRD(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 등 주요 정책 변화에 대해 팀 단위로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린경영팀과 ESG 거버넌스 조직이 각각 전문 영역을 나눠 수행 중입니다.”
- 앞으로 배민의 ESG 경영은 어떻게 진화할까요.
“우리는 단순히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이 아닙니다. 외식업 생태계에 참여하는 업주, 라이더, 소비자가 지속가능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설계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입니다. ESG는 별도 사업이 아니라 플랫폼 구조 그 자체에 내재된 전략입니다. 로컬 커머스로서 각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술과 데이터, 정책을 연계하고 생태계 구성원 전체의 성장을 이끄는 구조가 ESG에 대한 우리의 지향점입니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