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취준생 떨게하는 현대차 노조의 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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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준생 떨게하는 현대차 노조의 이기주의

“이러다 현대자동차가 대졸 신입 채용을 안 하는 일이 벌이지지 않을까요.”

현대차 입사를 준비하는 대학생이 모인 한 커뮤니티에 ‘노조법에 기세 오른 현대차 노조…“신사업 미리 통보하라”’(본지 4일자 4면) 기사가 올라오자 한 학생은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며 이런 글을 남겼다. “이러다 현대차가 한국 떠나겠다” “노조가 회사 방향까지 결정하려고 한다니 왕이 따로 없네” “정년 얼마 남지 않은 분들이 단물 다 뽑아먹고 나가겠다는 것” 등 다른 취업준비생도 날 선 반응을 보였다.

현대차는 대학생이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에 단골로 오르는 기업이다. 글로벌 3위 완성차 메이커로 위상이 높아진 데다 연봉(작년 평균 1억2400만원)도 높아서다. 현대차 취업을 간절하게 바라는 이들은 노조를 취업의 걸림돌로 생각한다. 노조가 ‘실력 행사’를 통해 더 많은 요구사항을 얻어낼수록 현대차의 성장 속도가 더뎌지고 새로운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노조 요구대로 ‘앞으로 신사업에 뛰어들거나 해외에 조립 공장을 증설할 때도 노조에 미리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 올해 단체협약에 추가되면 현대차는 투자를 결정할 때마다 사실상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신사업이나 해외 투자의 성패는 ‘보안’과 ‘스피드’에 달려 있다. 신사업 전략이 경쟁업체에 노출되면 성공 가능성이 낮아지고, 투자를 결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면 타이밍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민감한 사안을 사전에 노조에 알린다는 건 투자의 ABC에 어긋난다.

오죽하면 현대차 노조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까. 한 노조원은 “현 집행부에 반감이 있는 20~30대 젊은 직원이 상당하다”고 했다.

현대차 노조원의 절반가량이 50세 이상인 탓에 노조 집행부가 이들이 가장 원하는 정년 연장 등에 목소리를 낸다는 이유에서다. 젊은 노조원 중 상당수는 현대차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덩치를 키워야 더 많은 기회가 생기는 만큼 노조가 투자의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6개월 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노조 힘은 더 세진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도 쟁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노조는 “신사업도, 해외 투자도 모두 고용과 관련이 있다”며 합법적으로 파업을 벌일 수 있게 된다.

지금 글로벌 자동차업계 화두는 해외 생산 확대다. 많이 팔리는 곳에서 생산하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발 관세 폭탄도 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넉넉한 급여를 받기 위해 노조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해외 공장보다 월등한 생산성을 갖춰 국내 생산량을 확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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