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도입한 벤처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 RSU를 도입한 벤처기업 현황을 문의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RSU 도입을 신고한 기업은 지금까지 네 곳뿐이다. 이마저도 모두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보완 권고를 받았다. 이후 추가 신고 사례는 없다.
RSU는 일정한 근속 기간 또는 미리 정한 성과를 충족하면 무상으로 직원에게 나눠주는 회사 주식을 말한다. 벤처기업처럼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내부 현금은 많지 않은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성과 보상 제도다. 현금 보상 대신 미래 성장성을 담보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정부는 2024년 7월 벤처기업법을 개정하며 비상장 벤처기업의 RSU 활용을 촉진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비상장 벤처기업은 자본잠식 상태만 아니면 자기주식을 확보해 RSU를 지급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했다. 성장 가능성은 크지만 현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미래 가치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실리콘밸리 기업이 적극 활용하는 보상 체계를 국내에도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정반대다. 제도를 마련하고 혜택도 줬지만 활용하는 기업이 사실상 없다. 이유는 기업이 제도를 도입할 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RSU는 스톡옵션과 달리 별다른 세제 혜택이 없다. 임직원은 실제 현금을 손에 쥐기도 전에 주식을 받은 시점의 평가 가치를 기준으로 근로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임직원으로선 주식을 받으면 세금부터 내야 한다. 기업의 부담도 작지 않다. RSU로 지급한 주식 가치를 매년 판매비와 관리비로 비용 처리해야 하는 현행 회계 규정이 부담이다. 흑자를 내는 기업도 RSU 지급 결정 때문에 적자 기업이 될 수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혜택도 없고 성공 사례도 없는 상황에서 굳이 RSU를 도입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신고 의무를 부과했는데 이를 위반해도 사실상 제재할 수단이 없다. 기업이 활용하지 않는 제도를 만들어 놓고 운용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더 많이 등장하려면 우수 인재가 몰릴 수 있는 보상 체계부터 갖춰야 한다. RSU는 그 유력한 수단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제도를 도입했다는 데 의미를 둘 게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게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가 벤처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길 원한다면 RSU 관련 세제와 회계 규정부터 손질해야 한다.

1 hou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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