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층 식비부담 경감…농식품바우처 차상위계층까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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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과제에 농식품바우처 확대 추진
생계급여 수급 가구 일부에서 차상위계층까지
식품다양성 및 충분성 등 식생활 개선 효과
늘어나는 재정은 부담…"단계적 상향 검토"

  • 등록 2025-07-30 오전 5:00:00

    수정 2025-07-30 오전 5:00:00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작년 여름에는 비싸서 구경만 하던 삼겹살·수박·복숭아를 올해는 마음 놓고 아이들한테 먹이고 있어요.”

전북 익산에서 중·고등학생 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권정희(55)씨는 최근 들어 장보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름이면 방학으로 아이들이 ‘집밥’을 먹는 경우가 늘고, 폭염·폭우로 과일·채소값은 급등해 식비 부담이 컸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정부에서 매달 지급하는 농식품바우처(10만원) 덕분이다. 권 씨는 “아이들이 많아서 아무리 아껴도 식비만 한 달에 40만원이 들어간다”며 “더 풍성하고 균형잡힌 식사를 제공할 수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권씨처럼 농식품바우처 혜택을 입는 이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29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기획위원회는 국정과제에 농식품바우처 확대 방안을 담기로 했다. 먹거리 물가 상승에 따른 취약계층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국산 농산물 소비 활성화를 통해 농가 소득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바우처 지급 대상을 현재 생계급여 수급 가구(중위소득 32% 이하) 중 임산부·영유아·18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에서 차상위계층(중위소득 50%이하)까지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대로면 바우처 수급 대상자는 현재 8만 7000가구에서 214만 가구로 늘어나게 된다.

농식품바우처는 저소득 취약계층의 균형 잡힌 식생활을 지원하고, 농축산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사업이다. 전자카드 형태의 바우처로 지정된 사용처에서 과일·채소·우유·신선계란 등 국산 농식품을 구입할 수 있다. 미국 농무부(USDA)의 ‘취약계층에 대한 영양보충지원 프로그램(SNAP)’을 벤치마킹한 제도다. 실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의 식품군별 섭취량은 중위소득 50% 초과 가구의 62~100% 수준에 그치며, 소득 수준에 따른 식품 불균형을 보였다.

이에 농식품부바우처 사업은 2017년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후 2020년부터 시범사업을 운영했다. 첫 해 4개 시·군에서 시작해 지난해 24개 시·군·구로 확대됐다. 수혜 대상 가구는 시범지역 내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으로 2020년 1만 5000가구에서 2024년 9만 7000가구로 늘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식품바우처 지원 이후 대상자의 식생활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분한 양의 식품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하는 식품 충분성은 14.0%포인트 증가했고, 식단이 여러 종류의 식품을 고르게 포함하고 있는지를 의미하는 식품 다양성 역시 14.9%포인트 늘었다.

그 결과 올해부터 농식품바우처 사업은 전국 단위의 본사업으로 전환됐다. 본사업 전환에 따라 지원금액과 사용처, 기간 모두 확대됐다. 시범사업 당시 4인 가구 기준 월 8만원이던 지원금액은 본사업에서 월 10만원으로 늘었다. 사용가능 업체도 7개에서 35개로, 혜택 기간도 기존 6개월에서 10개월로 늘어났다.

다만 지원 대상은 일부 축소돼 고물가 시대에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사업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현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고물가 시대에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농식품 바우처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정부는 올해 농식품바우처 예산으로 773억원(국비 381억원)을 편성했다. 이를 차상위계층까지 확대하려면 연간 1조 2700억원(국비 6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 예산 기준 올해의 15배가 필요한 셈이다.

이에 정부는 단계적으로 수급 대상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내년에는 현재 기초수급대상자 중에서도 지원이 되지 않고 있는 청년층과 노년층을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선은 본사업을 통해 취약계층 중에서도 지원이 시급한 분들을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지원 대상 확대 방향성에는 공감을 하고, 관계부처 간 논의를 통해 정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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