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부산에 사는 20대 여성 A씨는 성악을 전공하며 꿈을 키워가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가정 형편이 한순간에 어려워졌다. 아버지는 거동이 불가능한 중증장애 판정을 받았고, 어머니는 병간호로 인해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시간제 식당일로 가계를 이어가야 했다. 외동딸이었던 A씨는 자연스럽게 가장의 역할을 떠안게 됐다.
A씨는 잠시 자신의 꿈을 접고 지난해 4월부터 부산 소재 공공기관의 1년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왔다. 올 4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이 어려워져 안정적인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기로 했지만, 당장 생활비가 빠듯한 상황에 취업 준비 등을 위해 목돈이 필요했다. 그러나 A씨는 일반적인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신한미소재단의 도움으로 성실한 금융 거래 이력, 가족이 처한 어려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기에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재명 정부가 이달 출범 1년을 맞은 가운데 금융권이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융’을 확대하며 공적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은 지역사회 및 서민을 위한 포용금융을 대거 확대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사회공헌 금액이 2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5년간 총액도 8조원에 달한다.
은행연합회가 발간한 ‘2025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해 은행권 사회공헌활동 총금액은 2조 15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2626억원) 증가했다. 분야별 사회공헌 추진 실적을 보면 ‘지역사회·공익’에 1조 4350억원(66.6%), ‘서민금융’ 5389억원(25.0%), ‘학술·교육’ 739억원(3.4%), ‘메세나(문화·예술·체육)’ 684억원(3.2%), ‘글로벌’ 292억원(1.3%), ‘환경’ 106억원(0.5%) 등의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이중 서민금융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3922억원을 공급해 전체 72.8%를 차지했다.
은행연합회가 첫 실적을 집계한 2006년 당시 3514억 원이었던 은행권 사회공헌 규모는 2019년(1조 1359억원) 1조원을 넘어섰고, 6년 만에 2조원 대를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은행권의 사회공헌 실적은 △2021년 1조 617억원 △2022년 1조 2380억원 △2023년 1조 6349억원 △2024년 1조 8934억원 △2025년 2조 1560억원 등으로 총 7조 9840억원에 달한다.
은행권은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의 재기 기반 마련을 위해 ‘새도약기금’ 3600억원도 출연했다. 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 연체한 5000만원 이하 개인 연체자(개인사업자 포함)를 대상으로 한 사회 통합 차원의 부채 경감 정책이다. 장기연체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기 위해 재정 4000억원과 민간기여금 4400억원 등이 소요된다. 이 중 은행권은 국내 20개 모든 은행이 출연에 참여해 민간기여금의 80%가 넘는 3600억원의 출연금을 지난해 12월 납부했다.
5대 금융지주 5년간 포용금융 70조원…국책·지방은행도 맞손
5대 금융지주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연평균 14조원, 총 70조원 규모 포용금융을 소상공인·자영업자, 서민, 금융취약계층 등에게 지원한다. 또 기업은행과 전북은행 등 국책·지방은행도 포용금융에 동참하고 있다. KB금융은 2030년까지 취약계층 지원에 10조 5000억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에 6조 5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룹차원의 포용금융 지원과 함께 KB국민은행은 금융취약계층에게 ‘KB희망금융센터’를 통한 신용 회복과 경제적 재기 지원 등 ‘선순환 금융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KB는 손길이 닿지 않는 소상공인과 청년, 취약계층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든든한 동반자’가 돼 왔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밝혀드릴 수 있도록 포용금융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올 3월 미소금융재단 운영사 38곳 중 최초로 1000억원을 추가 출연하는 등 포용금융의 개념을 ‘접근성 확대’에서 ‘자산형성까지 이어지는 구조’로 확장하고 있다. 대출금 성실 상환 고객에게 자산형성 지원금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함께 추진하고 이달 출시하는 ‘청년미래적금’ 등과 연계해 고객이 안정적인 기초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나금융은 청년·서민 등 금융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포용금융 지원에 나섰다.‘신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부족자)’ 청년 등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에게 대출을 실시하고 이자 부담을 낮춰주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하나은행,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하나저축은행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자체 채무부담 경감 프로그램을 통해 채무조정을 지원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부터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포용금융을 확대하고 있다. 소상공인과 저신용자,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금융 지원 확대와 금융 접근성 제고, 금융비용 부담 줄이기 등이 핵심 목표다. NH농협금융은 ‘NH상생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지원과 서민·취약계층 금융 지원 등 포용금융 분야에 투입한다. 농협금융의 포용금융을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닌 금융 접근성 확대와 취약계층 보호 차원에서 은행, 캐피탈, 저축은행 등 계열사별 특성에 맞춰 추진하고 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3월 ‘다시 기업(氣-Up)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도입해 장기 연체채무자 지원 등 포용금융 확대에 나섰다. 장기 연체자의 정상적인 경제활동 복귀를 지원하고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JB금융 산하 전북은행도 금융소외계층의 경제적 자립과 상생을 목적으로 포용금융 브랜드인 ‘따뜻한 금융클리닉’을 통해 부채관리 컨설팅에 집중, 고금리 채무의 악순환을 차단하고 제도권 금융 안착을 지원한다.
한편 국책은행들은 생산적금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산업은행은 국민성장 펀드 전담 조직을 만들어 5대 금융지주와 협업해 반도체·AI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에 저리 대출 등을 공급할 계획이다. 또 수출입은행은 담보가 없어 시중은행 대출이 어려운 수출 중소기업을 위한 ‘중소기업 소규모 신속대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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