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암’ 췌장암 원인과 치료법
환자 90% ‘케이라스’ 유전자 변형… 혈액 검사 등으로 조기 발견 어려워
재발률 높은 편… 항암요법은 필수
양성자-중입자 치료, 일부만 해당… 가족력 있다면 금연-금주 지켜야
췌장암은 왜 항상 늦게 발견되는 것일까. 한성식 국립암센터 간담도췌장암센터 교수를 만나 췌장암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자세히 들어봤다.
―췌장은 어떤 장기인가.
“췌장은 길이 약 15cm로 가늘고 길다. 위(胃) 뒤에 위치해 십이지장과 연결되고, 비장(지라)과 인접해 있다. 췌장은 췌관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소화액을 보내는 외분비 기능과 혈당 조절 호르몬을 혈관 내로 투입하는 내분비 기능을 함께 한다. 따라서 췌장이 나빠지면 소화가 잘 안되거나 당뇨병 조절이 어려울 수 있다.”―췌장암은 왜 발생하나.
“췌장암 발생엔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함께 관여한다. 유전적 요인 중에는 ‘케이라스(K-Ras)’라는 유전자가 특히 중요하다. 췌장암 환자 90% 이상에서 케이라스의 변형이 발견돼 모든 암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이상 가운데 가장 빈도가 높다. 케이라스를 포함한 유전자 이상을 혈액으로 찾아내는 시도는 여러 연구를 통해 지속되고 있으나, 아직 임상에 적용될 정도는 아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흡연, 비만, 당뇨, 만성 췌장염, 가족성 췌장암, 연령, 음주, 식습관(고칼로리 고지방 섭취 등), 화학물질 등이 흔히 거론된다.”
―다른 암 치료 확률은 높아지는데, 유독 췌장암만 생존율이 낮다. “췌장은 몸속 깊은 곳에 있고 췌장암 초기엔 증상을 거의 보이지 않아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초음파 검사도 앞쪽에 공기가 들어간 위장에 가려 찾기가 힘들다. 피검사(CA19-9)도 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져 조기 진단으로는 권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거나 만성 췌장염 등 암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사람은 평소 더욱 철저히 관리하는 게 유일한 예방법이다. 주치의와 함께 증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필요할 때 초음파 내시경검사,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해보는 게 좋다.”―췌장암 치료는 어떻게 하나.
“치료법은 암 크기와 위치, 병기(病期), 환자 나이, 건강 상태 등을 두루 고려해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중에서 선택한다. 여러 치료법을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수술 전 항암치료를 먼저 해 췌장암 크기를 줄이기도 한다.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절제 수술이다.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전체 췌장암 환자의 20% 정도다. 최근 여러 암에서 표적항암제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췌장암에서는 표적 자체가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다. 면역항암제 효과도 미미하다. 췌장암은 제한적인 방법으로 치료하지만, 주변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종양에 정밀하게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최신 방사선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양성자 치료 혹은 중입자 치료는 방사선 치료의 일종으로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를 가속시켜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식인데, 모든 췌장암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국소 췌장암에서 고려할 수 있다.”
―췌장암 재발과 전이는 어느 정도인가.
“췌장암은 수술 후 완전 절제가 된 상태에서도 75∼80% 정도 재발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수술 후 보조 항암화학요법이 필수다. 수술 후 1, 2년 정도 지나면 간, 복막, 수술 부위 부근 등에 흔히 재발한다. 근래엔 효과적인 항암제가 개발되면서 임상연구 참여가 우선적으로 추천되기도 한다. 하지만 항암치료는 환자 상태를 고려해 사용해야 하며 항암제마다 특징이 다양해 의사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췌장암 예방법은….“일상에서 위험 요인을 피하는 게 최선이다. 담배는 췌장암에 부정적이라 금연해야 한다. 건강 기본 조건인 적정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고지방과 고칼로리 음식을 피하고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췌장암 발생과 연관성이 있다고 알려진 당뇨나 만성 췌장염을 앓는 사람은 꾸준히 치료를 받아 위험 요소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