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국회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으로 옮기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온 충청권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낡은 정치의 상징이 돼버린 ‘여의도 국회시대’를 끝내고 ‘국회 세종시대’의 새로운 문을 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의도 국회 부지를 국민에게 완전히 돌려드리고, 세종 제2 집무실 건립 속도를 더욱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민환원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국민의힘 주자들은 다만 대통령 집무실의 세종 이전과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언급을 자제했다. 안철수·홍준표 후보는 청와대로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했고, 한동훈 후보는 일단 용산 대통령실에서 업무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 주자들도 국회의사당 이전 공약을 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지난 19일 충청권역 후보자 정견 발표에서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건립 등으로 세종을 ‘행정수도 중심’으로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임기 내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을 건립하고, 국회 본원 및 대통령 집무실의 완전 이전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김경수·김동연 후보는 취임 당일부터 세종에서 일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권에선 “선거철마다 표심을 잡기 위해 해묵은 공약을 다시 꺼내 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대선과 총선 등 전국 단위 선거마다 국회·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