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내란혐의 형사재판]
“의원 끌어내라는 임무 수행 못해”
자신 발언 빗대자 尹, 증인석 응시
때로 고개 숙인채 꾸벅꾸벅 졸기도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사건 2차 공판기일. 증인으로 나선 김형기 육군특수전사령부 제1특전대대장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윤 전 대통령의 면전에서 이렇게 답했다.
이날 김 대대장은 증인신문 말미에 “군 생활 23년간 바뀌지 않은 게 한 가지 있다”라며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조직에 충성하고, 조직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2월 4일 받았던 (의원을 끌어내라는) 임무를 제가 어떻게 수행하겠냐”며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해 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2013년 윤석열 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증인 자격으로 나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충성하는 것이냐’란 질문에 받아친 답변이다. 이날 눈을 감은 채 재판을 경청하던 윤 전 대통령도 김 대대장의 발언에는 즉시 눈을 뜨고 증인석을 응시했다.내내 침묵으로 일관하던 윤 전 대통령은 김 대대장의 증인신문이 시작되자 윤갑근 변호사와 여러 차례 상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논을 마친 윤 변호사는 “이상현 특전사 제1공수여단장이 ‘본관으로 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하면서 대통령의 지시라는 워딩을 정확히 했냐”고 질문했고, 김 대대장은 “네”라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은 중간중간 피고인석에서 고개를 숙인 채 꾸벅꾸벅 졸기도 했고, 졸음을 쫓으려는 듯 손으로 눈가를 문지르기도 했다.
이날 2차 공판기일은 윤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이 사진과 영상으로 처음 공개된 날이기도 하다. 윤 전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를 착용한 채 재판 시작 3분여 전 417호 형사대법정으로 들어왔다. 촬영하는 동안 눈을 감거나 허공을 바라봤고, 장내 정리를 위해 카메라가 철수하자 이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공판이 열리기 직전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의 의견을 묻는 등 필요한 절차를 밟은 후에, 유사 사안의 전례와 마찬가지로 공판 개시 전에 한해 국민의 관심과 알 권리 등을 고려해 촬영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6년 재판 당시 촬영이 허용됐고, 2017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과 2018년 5월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도 촬영이 가능했다.
윤 전 대통령의 경우 14일 1차 공판기일에는 법정 내 촬영이 진행되지 않았다. 방송사 측의 촬영 문의 시기가 늦어져 피고인 측 의견을 물을 수 없었다는 게 재판부가 설명한 이유였다. 이에 방송사 측이 다시 문의해 2차 공판기일에야 법정 촬영이 가능하게 됐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측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며 촬영을 불허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17일 취재진의 법정 촬영을 허가한 바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총 28회의 기일 날짜가 확정됐다. 3차 공판기일은 다음 달 12일 오전 10시 15분에 열린다. 재판부는 오는 12월까지 매달 3, 4차례 정도의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 재판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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