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
지하는 노조 태업 투쟁
민노총·전농 총궐기
광화문~숭례문 도로 점거
평일 도심서 '尹퇴진' 외쳐
인근 직장인 "퇴근길 아찔"
서울지하철 태업 돌입
내달 총파업 앞두고 몸풀기
출근길 지하철 20분씩 지연
객실 빼곡해 탑승 못하기도
"집회는 주말에 하는 거 아니었나요? 회사 바로 앞에서 음악을 크게 틀고 꽹과리를 쳐 스트레스였습니다." 서울 중구 삼성본관빌딩 주변에서 근무하는 양수진 씨(38)는 회사 바로 앞에서 열린 갑작스러운 집회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양씨는 "세종대로 양측에 경찰이 줄지어 서 있어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며 "집회의 자유도 지켜야 하지만 일반 시민의 불편을 유발하면서까지 이렇게 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평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정치 집회가 열려 교통 체증과 소음 공세에 시달린 시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했다. 같은 날 아침에는 준법운행을 이유로 지하철 배차 간격이 길어져 시민들은 출근길 발목도 잡혔다. 20일 서울 도심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으로 구성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윤석열 정권 퇴진 2차 총궐기' 집회를 동시다발적으로 열었다.
이날 퇴진운동본부는 서울 광화문, 시청, 을지로 내 5곳에서 오후 1시 30분부터 사전 집회를 한 후 오후 3시까지 숭례문에 모여 총궐기를 진행했다.
사전 집회에는 경찰 추산 4200여 명이 모였다. 이어 본집회인 총궐기에는 7000여 명이 운집했다. 숭례문 일대에선 집회 참석자, 경찰과 일반 시민이 뒤얽혀 혼란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보통 대규모 집회가 주말에 열린 것과 달리 이번 집회는 평일 서울 도심에서 열리면서 직장인들은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특히 이날 집회가 직장인의 퇴근길이 시작되는 오후 5시까지 진행됨에 따라 숭례문 인근 직장인들은 출근길에 이어 퇴근길까지 '지옥'으로 변했다.
시청역 인근 금융사에서 근무하는 안 모씨(43)는 "오후에 대외 업무 미팅을 나갔다가 간신히 회사에 복귀했다"며 "퇴근 때는 집회 행렬을 피해 서대문 인근까지 도보로 이동해 대중교통으로 귀가했다"고 말했다. 퇴진운동본부는 총궐기를 마친 후 오후 4시부터 대통령실 인근인 용산 삼각지역까지 3~4㎞를 행진했다. 이때 한 차로를 제외한 나머지 차로를 모두 점거해 교통 체증이 더욱 심해졌다.
퇴진운동본부는 3차 총궐기를 토요일인 다음달 7일로 일단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 25일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관련 1심 선고도 예정돼 있어 판결 결과에 따라 야당 및 지지자들의 장외 투쟁이 더욱 격화될 수도 있다.
같은 날 아침 출근길도 혼란의 연속이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노동조합 중 가장 규모가 큰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이날부터 준법운행을 선언하면서 평소보다 최대 20분가량 열차 지연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8시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플랫폼에는 출근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들이 몰려들었다. 일부 시민은 늦지 않으려고 계단을 뛰어 내려갔고 시내버스 등으로 갈아타려고 서둘러 뒤돌아 나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날 아침 매일경제 기자들이 탔던 열차들은 대부분 정차 시간을 25~30초로 유지하고 있었다.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 줄이 평소보다 길어지고 지하철 내 인원이 과도하게 밀집해 있어 여러 대를 그냥 보내야 하는 일도 잦았다. 금천구천역에서 서울역으로 출근하는 김성진 씨(43)는 "아침에 배차 간격이 조금 길어진 것 같아 불편하다"며 "10분 정도 일찍 나왔는데 못 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차창희 기자 / 양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