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론조사에서 보수 진영 후보 중 두 번째로 선호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통령 선거 출마설이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선 현역 국회의원 20여 명이 한 권한대행을 지지하는 신당을 창당하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한덕수 차출론’에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 韓 선호도 ‘8.6%’, 보수 2위
14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대선 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6%가 한 권한대행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선호도 1위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48.8%)와의 격차는 컸지만 보수 후보 중에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10.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지를 얻어냈다.
지난 11일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주관식)에서 2%를 얻어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 처음 등장한 한 권한대행은 사흘 만에 국민의힘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6.2%), 홍준표 전 대구시장(5.2%) 등을 제쳤다. 통상 전문가로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경제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 등 정치적 결정이 지지세를 모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에서도 한 권한대행 출마 시나리오가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15일 후보 등록이 마감되는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의 통상 협상이 시급하게 이뤄지는 시점에서 자리를 비우기 어려워서다.
그 대신 이달 미국과의 협상을 어느 정도 진행한 뒤 후보 등록을 위한 공직 사퇴 마감 시한인 다음달 초께 무소속으로 출마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단일화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일각에선 단일화 과정에서 현역 국회의원 20여 명이 신당을 만드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그간의 통상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네트워크 등을 십분 활용해 국무위원들과 함께 제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대선 출마와 다소 거리를 두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지만 ‘불출마 선언’은 아니어서 여전히 출마 가능성은 있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 국민의힘 경선 주자 반발
한 권한대행 차출론이 확산하는 것에 국민의힘 경선에 뛰어든 후보들은 반발했다. 경선이 ‘예선전’처럼 치러지면 안 된다는 우려가 많았다.
한 전 대표는 SBS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당 후보를 만드는 과정에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켜야 하는데 이렇게 경선의 김을 빼는 것 자체는 해당 행위”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이 이 부분을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우리가 너무 흔들고 있지 않나”라며 “경선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느낌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홍 전 시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탄핵당한 정권의 총리를 한 분이 (대선에) 나온다는 것과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할 분을 출마시킨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요구와 관련해 “출마 의사가 없는 분께 계속 (출마하라고) 이야기하는 건 당 경선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여서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특정인을 옹립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