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재명 싱크탱크 유종일 대표 “보편적 기본소득 안 해…李도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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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성장 전략 만들어달라’ 제안에 싱크탱크 구성”
“경제 여건상 기본소득 어려워, 정책 우선순위 아냐”

“文정부와 부동산 정책 완전히 다를 것…시장 존중”
“주민복지, 문화센터에 주상복합…대학부지도 활용”

“AI국가 위해 국민펀드 조성할 것…日 사례 참조”
“한덕수, 美 통상협상서 국익 팔아먹을 작정인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이재명 전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이 전 대표의 첫 마디가 ‘성장 전략 좀 만들어 주세요’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 측 싱크탱크인 ‘성장과 통합’의 유종일 상임공동대표는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을 앞둔 싱크탱크 창립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성장과 통합 유종일 상임공동대표가 15일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성장과 통합 유종일 상임공동대표가 15일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 출신인 유 대표는 이 전 대표가 경기 성남시장이던 시절 정책자문단에 참여했고, 서민 부채 탕감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빌리은행의 은행장을 이 전 대표와 공동으로 맡은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부터 경제 분야에서 ‘우클릭’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 대표는 “이 전 대표에게 ‘왜 성장 전략이 필요하냐’고 물으니 ‘성장 없이 분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인식이 분명히 생겼다. 이번에 국민에게 그런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유 대표는 이 전 대표가 과거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펼쳤던 문재인 정부와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규제가) 심하긴 했다.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을 뻔한 규제로 시장을 억누르려고 하는 것을 보면서 이 전 대표에게도 저렇게 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며 “나는 민주당 쪽에서 부동산 정책을 만들던 분들과 완전히 결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이 전 대표가 당선될 경우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부동산 공급 대책의 일부를 소개하면서 “주민복지센터, 문화센터 등 저층이면서 교통 요지에 있는 공공시설을 활용해서 주상복합 형태의 주택 공급을 쫙 올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급 부족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새 정부 출범과 거의 동시에 착공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했다. 유 대표는 이날 1시간 20분간 진행된 인터뷰 내내 성장 전략을 강조했다. 과거 경제민주화 등 분배 정의를 앞세웠지만 최근 경제성장률 부진 속에서 ‘성장을 통한 분배’로 본인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설명하면서 “이 전 대표 본인도 ‘성장 없이 분배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인식이 분명히 생겼다’”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AI) 분야를 대표적인 신성장 동력으로 거론하면서 대기업과 금융권,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펀드’를 제안했다. 유 대표는 일본의 탈탄소 전환을 위한 민관투자 ‘GX(Green Transformation·녹색 전환) 컨소시엄’을 예로 들면서 “(국가적으로) 해볼 만한 프로젝트는 정부가 마중물 투자를 하고 규제나 여러 정책적 지원을 할 것”이라며 “정말 해보면 된다고 할 때 대기업이 국민펀드에 투자를 하고 금융기관도 투자하고 개인 투자자에게는 혜택을 좀 더 줘서 대규모 국민펀드를 만들자”고 했다.

유 대표는 이 전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로 꼽힌 ‘기본사회론’에 대해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책의 우선순위로 봐서도 옳지 않다고 이 전 대표에게 얘기했다”며 “(이 전 대표도) 다행히도 수용했다”고 했다. 이어 “소득 활동에 기반해서 전 국민의 생활 보장을 지향하는 방안으로 갈 것”이라며 “지난 대선 때 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성장과 분배, 통합이라는 선순환 구조로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유 대표가 이끄는 ‘성장과 통합’은 16일 국회도서관에서 출범식을 갖는다. 정치권에서는 성장과 통합에는 분배 정책보다 성장론을 강조해 온 하준경 한양대·주상영 건국대 교수 등이 참여해 향후 이 전 대표가 집권할 경우 주요 인재 풀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음은 일문일답.

―싱크탱크 이름에 ‘성장’이 가장 먼저 넣은 점이 눈에 띈다.

“성장과 분배에 관한 논쟁은 항상 있었는데, 둘 다 당연히 중요한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 어떨 때는 성장을 강조하고 어떨 때는 분배를 좀 더 역점을 둬야 한다. 지금은 양극화가 심화되고, 불평등이 문제긴 하지만 그것이 더 악화된 부분은 많지 않다. 분배 지표는 조금씩 나아지는 부분도 있다. 반면 성장 쪽이 너무나 안 좋다. 지금 상황에서는 성장 활력을 되찾지 않고는 분배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

그 동안 이 전 대표는 ‘기본소득’을 주로 강조했기 때문에 그게 고정관념처럼 형성이 됐다. 다만 원래 성장에 관심이 없는 분은 아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고 며칠 안 된 12월 중순 정도에 만나서 하는 첫 말씀이 ‘성장 전략 좀 만들어주세요’였다. 내가 ‘왜 성장 전략을 말하냐’고 물으니 ‘성장 없이 분배 정의,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이 분명히 생겼다. 이번에 국민에게 그런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고 싶다’고 말하더라.”

―이 전 대표의 후보 첫 공약이 인공지능(AI)이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성장 전략의 가장 큰 주제가 ‘AI’다. 사실 대한민국이 모든 분야에서 잘할 수는 없다. 미국 중국과 모든 분야에서 맞설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AI 활용에서는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 우리 생활에서부터 모든 산업, 제조업뿐 아니라 농업 서비스업까지 모두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게 경쟁력의 원천이다. 정부와 공공부문도 AI를 바탕으로 변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AI 인재 양성 교육이 중요하다. 시험 문제를 반복 학습해서 정답을 찍게 하는 교육은 쓸모가 없다. 중국 정부도 초중등 교육에서 AI 교육을 의무화한다고 한다. 우리의 교육도 AI 시대 글로벌 경쟁 시대에 인재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구시대의 규제는 과감히 혁신해서 과거의 규제로 혁신을 방해하는 것을 제거하고 변화해야 한다.”

―이 전 대표가 말한 K-엔비디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 전 대표가 국부펀드를 만들자고 했는데, 사실 국민펀드라고 이름을 붙였으면 좋겠다. 국부펀드라고 하면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가 재원인데,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돈이 아니다. AI 투자라는 게 장기적이고 모험적인 투자이기 때문에 정말 조심스럽게 접근할 부분이다. 재정만 들어가면 그것이야말로 사회주의 경제다. 정부 재정으로는 마중물 투자만 하고 관련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이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개인 투자자에게도 참여시 세제 혜택 등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 국민펀드를 대규모로 만들어야 한다. 단순 펀드가 아니라 (일종의) 컨소시엄이다.”

―국민펀드 성공 사례가 있나

“새로운 모델인데, 역대 정부에서도 없었던 시도다. 최근 일본이 ‘GX(Green Transformation·녹색 전환)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기업이나 주주들을 모으고 (국민에게도) 확대했다.”

―연 3% 성장론을 제시했는데

“우리나라는 분위기만 좋으면 신명 나고 서로 도와주고 배려하고 힘을 합치는 그런 민족이다. 3% 성장이 결코 무리하지 않다. 충분히 할 수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개정안을 두고는 재계의 반발이 크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에 어마어마하게 투자하고 있지 않나. 그건 한국 주식시장을 못 믿는다는 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후배라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자기 직을 걸고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소위 말하는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서 많은 투자자들의 이익을 희생하는 일이 자꾸 생긴다.

주주에 대한 이사회의 충실 의무는 원래부터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다. ‘저거는 좋은 투자 같다’고 소액주주들이 받아들일 투자를 해야 한다. 만약 (소액주주가) 대주주가 생각하는 비전을 왜곡해서 해석한다거나 하면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지, 윤석열처럼 계엄하듯 하면 되겠나. 재계도 변화해 줬으면 좋겠다.”

―미국발 통상 대응이 가장 큰 위기다.

“트럼프 정부가 일관된 비전을 가지고 관세정책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조변석개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는 대통령도 유고 상태인데, 그러니 더 서두르면 안 된다. 그런 면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윤석열 못지않게 정말 나쁜 사람이다.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후안무치하나. 국익을 다 팔아먹을 거 같다. 미국 채권시장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유예했다는 것을 알면서 전화해서 하는 짓을 봐서는 다 내줄 것 같다.

(미국 국채에 투자한)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한국 경제가 망가지는데 베팅한 사람이다. 내란에 동조한 사람들이고, 이런 사람들이 어려운 국면에서 정부를 이끌고 있다는 것도 통탄할 일이다.”

―새 정부는 통상 대응에서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나

“통상 대응을 위해서라도 제조업의 AI 전환이 중요하다. 한국 경제의 최고 강점은 제조업인이다. 뿌리산업, 첨단산업의 제조 역량에서 한국만의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걸 빨리 데이터화해야 한다. 이른바 ‘암묵지’라고 하는 감으로 아는 놀라운 숙련을 데이터화해야 한다. 이런 데이터를 쌓으면 미국을 상대로도 훨씬 새로운 (교섭)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양국 간) 서로서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이 전 대표에게도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정책은 계엄 해서 국민에게 꼼짝하지 말라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시장원리를 무시하지 말고 정책을 달성해야 한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공급을 늘린다더니 3기 신도시도 제대로 안 되지 않았나. 새 정부에서 (이전 정부의) 공급 부족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까봐 걱정이다.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중요하다. 정부 출범과 거의 동시에 착공에 들어가려고 한다.

여러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있는데, 주민복지센터, 문화센터 등등 공공시설이 많이 있다. 이게 다 저층이고 교통 요지에 위치해 있다. 이런 것을 활용해서 주상복합처럼 당장에 쫙 올려야 한다. 청년들이 언제 집사냐면서 좌절하고 전세 사기나 영끌 투자도 많이 했는데, 집에서 물려받아서 출발하는 사람과 월급 받아서 청약 저축하는 사람이 차이 나는 상황을 확실히 바꿀 것이다. 대학에는 기숙사도 부족하고 원룸 가격도 장난이 아니다. 캠퍼스 부지에 유니빌(University village)이라는 것을 조성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부동산 규제에 대한 타산지석인 건가

“그렇다. 문재인 정부가 심하긴 했다. 규제도 필요한데, 작동하지 않을 게 뻔한 규제로 시장을 억누르려고 하는 것을 보면서 이 전 대표에게도 ‘저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 쪽에서 부동산 정책을 만들던 분들과 (저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이재명 전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사회론과 성장론은 어떻게 조화되는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기본소득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여러 경제적, 정치적 여건상 되기 어렵고 정책의 우선순위로 봐서도 옳지 않다고 얘기를 했다. 이 전 대표도 그런 얘기를 받아들였다. 지금 보편적 기본소득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지난 대선 때 했던 것보다는 훨씬 성장과 분배, 통합 선순환 구조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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