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세월의 의미가 적지 않습니다.
“후지즈카 선생은 기증 몇 달 후 돌아가셨습니다. 아무 보답도 바라지 않고, 오히려 연구에 써달라며 200만 엔(당시 약 2000만원)을 한국에 기부하셨지요. 그런 분의 숭고한 마음을 돌아가셨다고 잊을 수는 없어서….”
추사는 말년을 경기 과천에서 보냈다. 2005년 과천문화원장으로 각종 추사 관련 사업과 연구를 추진하던 최 관장은 1944년 세한도를 기증한 추사 마니아 후지즈카 지카시(藤塚隣·1879∼1948) 교수 집안에 유물과 자료가 더 남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백방으로 후손들을 찾았다. 그의 아들이 후지즈카 아키나오 씨다.

―아버지 후지즈카 교수가 모은 추사의 많은 작품은 1945년 도쿄 대공습으로 다 불타지 않았습니까?
“그곳은 연구소였거든요. 그래서 집에 뭐라도 남아 있지 않을까 싶었지요. 아들 후지즈카 선생의 집은 도쿄 변두리더라고요. 오래된 일본식 가정집인데, 그곳에 상당한 추사 관련 유물 및 자료가 남아 있었던 거죠.”
―아무 조건 없이 기증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만.
“몇 번을 찾아가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셨어요. 언성을 높인 적도 있었지요. 그렇게 몇 번을 허탕 친 어느 날 아침인데, 전화가 와 ‘언제 출국하냐’라고 묻더군요. ‘오늘 밤’이라고 했더니 ‘그러면 잠시 들러 달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서더군요.”
―일종의 시험을 한건가요.
“후지즈카 씨는 학자가 아니었기에 추사 관련 작품과 자료를 물려받았을 뿐 연구는 못 했습니다. 그게 늘 평생의 숙제였지요. 물려줄 자식도 없었고요. ‘정말로 아버지의 연구를 이어갈 수 있겠느냐’라고 몇 번을 되묻더군요. 조건은 그거 하나였습니다. 2013년 과천 추사박물관이 탄생한 계기지요.”

―외람됩니다만 기증품의 가치가….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 청장이 기증품을 검토하고 두 가지를 이야기했어요. 정부에 후지즈카 씨 훈장 수여를 건의해야겠다는 것과 자신이 쓴 ‘완당평전’을 절판하겠다는 것이었지요. 이 기증받은 자료를 공부하고 다시 써야겠다고…. 석 달 후 국민훈장 목련장이 수여됐고, ‘추사 김정희(2018년)’도 나왔습니다.”―박물관을 못 보고 돌아가신 게 아쉽습니다.
“90세가 넘다 보니 기증 때도 한국에는 못 오셨습니다. 병원에 계실 때라 훈장도 조카딸이 주일 한국대사관에 가 받았지요. 우리 측에서 직접 찾아가 드렸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몇 년 전 기일을 앞두고 과천시에 ‘돌아가셨지만, 뭐라도 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그만큼 했으면 된 거 아닙니까’라고 하더군요. 사람과의 관계가 그래서는 안 되는데….”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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