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지·문훈숙 "한국 발레계엔 스타 무용수보단 스타 안무가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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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왼쪽)과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오른쪽)은 한국 발레의 재도약을 위해 전용극장 등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발레축제 사무국 제공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왼쪽)과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오른쪽)은 한국 발레의 재도약을 위해 전용극장 등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발레축제 사무국 제공

9일 개막하는 대한민국발레축제 가운데 유독 눈길이 가는 공연이 있다. 오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는 특별 공연인 ‘conneXion, 최태지×문훈숙’. 무대로 한국 발레사(史)의 특별한 순간을 소개하기로 한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66)과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62)을 만났다.

두 거장은 비슷한 시기 국내 양대 발레단장을 지내며 한국 발레의 위상을 높였다. 무용수로도 뛰었고, 젊은 나이에 발레단장을 맡으며 발레 불모지 한국에서 다양한 챌린지를 격파해 나갔다. 한때는 미디어가 만든 ‘라이벌 구도’에 엮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때나 지금이나 전화 한 통이면 두 시간 이상 대화할 수 있는 절친이자, 서로를 두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말한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김주원 대한민국발레축제 예술감독은 인터뷰에 앞서 “두 분은 발레라는 예술로 세상과 부지런히 소통하신 주인공이고, 지금의 발레를 이해하려면 두 분의 역사를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공연의 취지를 설명했다. 무대에 서는 이들도 두 단장이 키운 스타 무용수다. 공연 작품은 마리우스 페티파의 ‘레이몬다’ 파드되(2인무)와 ‘라바야데르’ 파드되,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심청’ 문라이트 파드되, 국립발레단 창작 발레 ‘왕자 호동’의 호동과 낙랑의 사랑 파드되 등으로 창작과 고전을 절반씩 섞었다. 65분 공연의 절반가량은 무용수들의 갈라 공연으로, 나머지 절반은 두 단장의 토크 콘서트로 이뤄진다.

문 단장은 최 전 단장과 함께한 시간이 소중했다고 회상했다. “사람 다리도 둘이잖아요. 한 발씩 움직이다 보면 앞으로 나아가죠. 미디어에서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을 경쟁자로 빗대 기사화했지만 저희는 그때 이게 경쟁이 아니라 축제라고 생각했어요. 업계 고민도 많이 나눴고, 협력도 많이 했어요. 그 덕분에 한국 발레가 더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최 전 단장은 “30년 전 유니버설발레단은 세계적인 경험도 많이 한 단체였지만 국립발레단은 그러지 못했다”며 “당시 유니버설발레단이 댄스 플로어를 빌려주겠다고 마음을 써줬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릿고개를 지나 부흥기를 맞은 뒤 발레계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시점에 이번 공연을 통해 지난날을 한번 정리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공연에서 두 사람의 발레 인생은 사계절 속 나무로 치환된다. 두 사람을 거목에 빗댄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 두 사람이 춤을 추진 않지만 나무 앞에서 후배들의 춤과 이들이 일궈온 성과가 영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한국 발레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이들은 최근 유스아메리카그랑프리, 로잔콩쿠르에서 입상한 발레 인재들이 해외 발레단으로 향하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국내에 남아도 다양한 무대 경험을 쌓도록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 전 단장은 “파리오페라발레단은 1년에 200번 공연하는데, 전용극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발레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무용수들의 처우도 쉽게 개선되고 레퍼토리도 더 많이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스타 안무가가 탄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 단장은 “박세은, 김기민에 이어 전민철 같은 스타 무용수는 이미 많이 배출됐다”며 “한국 발레가 한번 더 도약하려면 세계적인 안무가가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단장은 “영국 로열발레단의 명성을 이끈 프레더릭 애슈턴, 미국 뉴욕시티발레단의 조지 발란친처럼 우리 안무가의 작품을 해외 유수 컴퍼니들이 수입하는 때가 오길 바란다”고 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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