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이름으로 지켜온 부동의 1위, 세계를 정조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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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기업을 향해] ㈜도화엔지니어링
작년 매출액 6995억… 20% 성장
상반기 수주 4482억 ‘업계 1위’
해외 누적 수주 20억 달러 돌파

충남 서산의 대호호 수상 태양광발전소. 도화엔지니어링 제공

충남 서산의 대호호 수상 태양광발전소. 도화엔지니어링 제공

지금 국내 건설엔지니어링 산업은 급격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도심 철도·도로 지하화와 노후 인프라의 성능 개선·안전 진단 수요가 국내시장의 축을 새로 짜고 중남미·동유럽·아시아 신흥국에서는 재건과 투자개발형 사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설계와 건설사업관리(CM)에 머물던 전통 영역은 설계·조달·시공(EPC)과 투자개발로 확장되고 인공지능(AI) 기반 설계 자동화는 산업 전체의 생산성 기준을 다시 쓰고 있다. 수요의 축이 신규 건설에서 유지·관리·재건으로, 공급의 방식이 설계에서 시공·투자로 넓어지는 이 격변 속에서 살아남는 기업과 도태되는 기업을 가르는 것은 결국 얼마나 오래, 얼마나 단단하게 기술과 신뢰를 쌓아왔는가다.

이 물음 앞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국내 상위 10개사 기준 시장점유율 약 21%로 부동의 1위를 지키며 미국 건설 전문지 ‘ENR(엔지니어링뉴스레코드)’ 선정 글로벌 상위 설계회사 명단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곳이다. 바로 ㈜도화엔지니어링이다.


최초의 이름, 69년의 서사

그 저력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전후의 폐허 위에서 국토를 다시 그려야 했던 1950년대와 마주하게 된다. 당시 대한민국에서는 ‘엔지니어링’이라는 개념조차 낯설었다.

도로 하나, 상수도 한 줄기를 놓는 일마저 외국 기술에 의존해야 했던 시절, 내무부 토목국장을 지낸 김해림 회장이 사재를 털어 국내 최초의 종합엔지니어링사를 세운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도전이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먼저 걷는다는 것은 실패의 위험을 온전히 홀로 짊어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후 69년이 흐르는 동안 산업 지형은 몇 번이고 뒤바뀌었지만 도화엔지니어링만큼은 한 번도 ‘최초’라는 이름을 놓치지 않았다.

흑자 전환의 저력, 다시 쓴 성장곡선 역사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김해림 회장이 세운 150명 규모의 회사를 물려받은 곽영필 회장은 선대 회장으로부터 회사를 잘 키워달라는, 이름을 지켜달라는 당부를 받았다. 그는 그 약속을 지키겠다는 다짐 아래 ‘인본·화합·창의’라는 세 단어의 경영 원칙을 명확히 규정하며 조직의 뼈대를 세웠고 이 원칙 위에서 회사는 비약적인 성장의 궤도에 올랐다. 1962년 법인으로 전환하고 2010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뒤 2011년 지금의 사명을 갖춘 회사는 이제 2956명의 임직원과 13개 종속회사가 80개국에서 1만 건이 넘는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방대한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 오랜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새겨졌다. 연결 기준 매출 69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324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1년 새 6.9%포인트 개선됐고 당기순이익도 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45억 원 늘었다.

자산 총계는 7197억 원으로 전년보다 1146억 원 불어났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유형자산 투자는 35% 증가했다. 신용등급 AA0의 탄탄한 재무 안정성 위에서 자체 개발한 클라우드 설계 자동화 플랫폼 ‘DIDAS’는 반복 업무의 부담을 덜어내며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을 4%포인트 낮췄다.

박승우 회장은 “절감된 시간만큼 엔지니어들이 창의적 설계와 최적화 엔지니어링에 더 집중하도록 지원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임직원과 함께 계속 다듬어가는 과정이라는 그의 설명에서 숫자 이면의 진심이 읽힌다.

지난 6월 10일 열린 2026 엔지니어링의 날 기념식에서 도화엔지니어링이 대통령표창(단체표창)을 수상했다. 왼쪽부터 손영일 대표, 박승우 회장.

지난 6월 10일 열린 2026 엔지니어링의 날 기념식에서 도화엔지니어링이 대통령표창(단체표창)을 수상했다. 왼쪽부터 손영일 대표, 박승우 회장.

수주 1위, 영역을 넓히다

이러한 재무적 반등은 올해 들어 더 가파른 수주 곡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에만 4482억 원 상당을 수주하며 민간 종합엔지니어링사 가운데 압도적인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1인당 수주액은 1억7200만 원으로 상위권 기업들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박 회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헌신해 준 모든 임직원 덕분”이라며 하반기 ‘수주 1조 원’ 달성을 위해 국내 공공시장의 안정적인 설계, CM 수주와 대형 민자·SOC 사업의 순조로운 마무리, 해외 고부가가치 건설관리용역(PMC) 영역 확대에 역량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성장의 방식도 함께 진화하고 있다. 물·도시·교통·에너지 네 축으로 짜인 사업 포트폴리오 위에서 회사는 국내 최초로 태양광 연계형 수처리 대형 PMC를 수주하며 설계·CM 중심에서 EPC와 투자개발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전통적 엔지니어링사에는 리스크가 큰 영역이지만 박 회장은 외형을 키우기 위한 확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를 “기획부터 설계, 시공, 운영까지 전체 과정을 아우르는 역할 확장”이라 규정하며 “참여 사업 선정부터 전 과정을 시스템적으로 관리해 위험 요인을 최소화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을 포함해 곽준상·손영일·김덕구 대표이사가 이끄는 각자대표 체제는 부문별 전문성을 극대화하고 책임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으로 거시적 통찰과 현장 중심의 전문성이 이루는 유기적인 시너지가 업계 내 위상을 공고히 유지하는 핵심 원동력이 되고 있다.

국경을 넘어선 도전, 세계로

국내시장에서 쌓은 저력은 자연스럽게 해외로 뻗어나갔다. 미국, 일본, 페루, 폴란드,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에 종속회사를 두며 2015년 이후 해외 누적 수주 20억 달러(약 3조 원)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낯선 환경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특정 거점 하나를 꼽기 어려울 만큼 모든 곳에서 최선을 다해온 임직원을 두고 박 회장은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 자랑스럽고 애착이 가는 우리의 가장 위대한 자산이자 미래”라고 표현했다.

페루를 발판 삼아 중남미 시장 전반으로 참여를 확장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가 주관한 기업 간담회를 계기로 우크라이나 국영 해운기업 UDP와 항만·물류 분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재건사업 참여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간 쌓아온 현지 도로 건설사업관리 경험이 지형과 기후, 규제 환경에 대한 이해로 이어졌고 정부 및 발주처와의 신뢰로 쌓여왔다는 평가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가철도공단, 한국철도공사, 포스코인터내셔널, 현대엔지니어링, 쌍용건설 등 주요 기업이 함께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2023년 인수한 폴란드 현지법인 도화 폴스카를 통해서는 철도사업 등에서 약 1000억 원 규모의 수주를 이어가며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굳혔다. 특히 충남 서산의 ‘대호호 수상 태양광발전설비 건설’ 사업은 국제엔지니어링컨설팅연맹(FIDIC) 글로벌 최우수상을 받으며 산림과 농지를 훼손하지 않고 수면을 활용한 청정에너지 모델,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참여형 모델을 함께 인정받았다. 이러한 실적을 토대로 도화엔지니어링은 ‘비전 2030’을 통해 해외 사업 비중 50%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도화엔지니어링 사옥.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도화엔지니어링 사옥.

사람이 만든 문화, 나눔의 유산

숫자와 지도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것이 이 회사를 오늘까지 지탱해온 사람의 이야기다.

박 회장은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창의적 사고’를 조직 문화의 핵심으로 꼽는다.

시니어들이 쌓아온 전문성과 젊은 세대 특유의 감각이 접목될 때 비로소 더 큰 성과가 난다는 것이 그의 지론으로 “시니어가 주니어를 우습게 볼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강점을 알아보고 단점을 보완하며 화합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러한 철학은 독선·독점·독설을 금하는 ‘3불 원칙’과 700번은 들어야 비로소 내재화된다는 지속적인 가치관 교육으로 구체화된다.

신입 사원 교육부터 진급자 교육, 부서별 워크숍까지 사랑·관심·화합·위로를 주제로 한 교육이 꾸준히 이어지는 배경이다. 이 회사의 낮은 이직률은 이런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다.

한 사람이 힘들면 회사 전체가 흔들리는 법이라며 동료가 자연스레 서로를 돕는 선순환이야말로 조직을 지탱하는 힘이라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스마트오피스 도입과 업무 환경의 디지털 전환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금연 수당, 임산부 휴게공간과 수유방 같은 사내 복지를 넘어 네팔 대지진 피해 지원, 탈북 청소년 교육기관 여명학교 후원, 탄자니아 수도시설 구축, 현장이 나가 있는 40여 개국에서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이어져 온 지원까지 회사와의 직접적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는 나눔 경영은 이 조직이 오랜 시간 쌓아온 성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박 회장은 “동참해주는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라며 앞으로도 나눔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김해림 회장이 씨를 뿌리고 곽영필 회장이 키워낸 도화엔지니어링은 김영윤 회장과 오세항 회장을 거쳐 박 회장에게 이어졌으며 1957년 최초의 이름으로 출발한 69년의 여정을 100년 기업을 향한 다음 세대로 이어가고 있다. 국내 1위를 넘어 세계 1위를 향한 걸음이다.

“2030년 수주 3조 원 시대 통해 100년 기업 향할 것”

[인터뷰] 박승우 ㈜도화엔지니어링 회장

박승우 ㈜도화엔지니어링 회장(사진)이 밝힌 다음 목표는 지금보다 훨씬 크다.

“쉽지 않은 목표임에도 우리가 시도해볼 수 있는 방향은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디지털 전환을 통한 생산성 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2030년까지 수주 3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현재 매출의 네 배를 웃도는 수치다. 오랜 시간 쌓아온 토목 설계 경쟁력을 지키면서 새로운 시장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넓히고 건설정보모델링(BIM)·디지털 트윈 같은 기술로 축적된 데이터를 더 가치 있게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그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담담하게 덧붙였다.

AI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의 표정은 단호해졌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도면을 신속하게 도출하는 훌륭한 도구이지만 도화엔지니어링의 미션인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고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미래를 창조하는 일은 AI가 대체할 수 없습니다.”

현장의 기후와 지형을 보듬고 발주처와 지역 주민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소통과 공감, 예측 불가능한 재난 앞에서 인류의 안전과 행복을 책임지는 창의적 문제 해결력과 윤리적 책임감은 오직 인간 엔지니어의 영역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100년 기업’까지 앞으로 남은 32년을 묻는 질문에는 잠시 말을 고르는 듯했다. “엔지니어링이라는 본업을 지키면서도 조금씩 더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회사가 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시공사의 설계 내재화나 테크 기업의 시장 진입 같은 위협 앞에서도 그는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애자일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화하며 본업의 경쟁력을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한마디를 보탰다. “구성원들과 함께 오래 갈 수 있는 회사가 되도록 하나씩 애써 나가겠습니다.”

3조 원이라는 큰 숫자를 이야기하던 목소리보다 오히려 이 한 문장에 더 오래 힘이 실려 있었다. 69년을 버텨온 회사의 다음 100년도 결국 이 말 한마디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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