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히트한 중국 팝마트 캐릭터 ‘라부부’의 흥행 요인 가운데 하나는 ‘랜덤 마케팅’이다. 어떤 캐릭터가 나올지 모르는 블라인드 박스를 사려는 전 세계 소비자가 줄을 섰고, 희귀 제품엔 웃돈이 붙었다. 소비자가 제품보다 ‘원하는 굿즈를 획득하는 경험’ 자체에 더 강하게 반응한 결과란 분석이 나왔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서도 이런 랜덤 마케팅이 확산하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업체 맘스터치는 게임 ‘원신’과 협업해 캐릭터 포토 카드와 스티커를 제공함으로써 동일 메뉴의 반복 구매를 이끌어냈다. 커피업체 스타벅스는 음료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토이스토리’ 랜덤 키링 등을 판매해 캐릭터 굿즈 수요를 끌어들였다.
편의점 GS25는 포켓몬·메이플스토리 지식재산권(IP) 협업 상품에 랜덤 스티커와 카드팩을 결합해 최근 2년간 관련 상품을 2000만 개 이상 팔았다. CJ올리브영은 포켓몬 IP를 활용한 기획 상품을 선보였다. 특정 상품을 사면 포켓몬 스티커나 굿즈를 제공해 캐릭터 팬층의 구매를 유도했다.
기업들이 랜덤 구조를 택하는 배경엔 심리학의 ‘가변 보상(variable reward)’ 원리가 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때 인간의 도파민 반응은 더 강해진다. 원하는 캐릭터가 나오지 않으면 소비자는 자발적으로 재구매에 나선다. 랜덤 굿즈 프로모션의 객단가는 일반 단품보다 20~30%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랜덤 마케팅은 구매로 끝나지 않는다. 소비자는 강렬한 ‘획득 경험’을 SNS에 올린다. 중복 상품을 교환하고, 도감을 완성하기 위해 다시 매장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경험과 마케팅 효과가 동시에 확장된다. 기업으로선 소비자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바이럴까지 해주는 셈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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