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캡틴’ 구자욱의 다짐
작년 부상으로 한국시리즈 출전 불발
1군 캠프 합류한 뒤 재활 순조로워
“개막전 출전 문제 없게 준비하고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뛰고 싶어”
22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볼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삼성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캡틴’ 구자욱(32)은 자신 있게 말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떠올리다가 꺼낸 이야기였다.
지난해 하위권으로 평가받던 삼성은 정규시즌 2위를 하며 2015년 이후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하지만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 1승 4패로 준우승에 그쳤다. 챔피언 반지는 끼지 못했지만 김영웅(22), 이재현(22), 김지찬(24) 등 어린 선수들이 처음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게 큰 수확이었다. 삼성은 올 시즌에도 KIA와 함께 우승 후보로 거론된다. 구자욱은 “어린 선수들이 긴장하지 않고 잘했다. 결과는 아쉽지만 지금은 모든 선수가 그 아쉬움에서 빠져나왔다. 좋았던 기억만 가지고 시즌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시리즈가 가장 뼈저리게 아쉬웠던 건 구자욱 자신이다. 구자욱은 LG와의 플레이오프(PO) 도중 왼쪽 무릎 인대를 다쳐 한국시리즈를 더그아웃에서 지켜봐야 했다. 여파도 길었다. 시즌이 끝난 뒤에야 깁스를 하고 본격적인 재활에 들어간 구자욱은 지난달 미국 괌에서 진행된 1차 스프링캠프에 동행하지 못했다. 그 대신 포수 강민호(40)와 함께 오키나와에 먼저 들어와 퓨처스(2군) 캠프에서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구자욱은 “퓨처스 팀에서 어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좋은 에너지도 받고 초심도 되찾았다”고 말했다.지난주 1군 캠프에 합류한 구자욱은 아직 재활조에서 훈련하고 있다. 이날 외야 수비 훈련을 소화한 구자욱은 “타격은 100% 훈련을 다 소화하고 있지만 수비는 80% 정도 하는 것 같다. 구단에서 잘 관리를 해주는 만큼 개막전(3월 22일) 출전에 문제가 없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구자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장을 맡는다. 그는 “지난해 주장을 맡고 아쉬운 점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팀을 생각하면서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 많은 승리로 이어진 것 같다”며 “팀원들의 기량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좋은 만큼 더그아웃 분위기를 잘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삼성 전력은 한층 강해졌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선발 요원 최원태(28)를 데려왔고, 작년 키움 에이스로 활약했던 후라도(29)도 영입했다. 신인 투수 배찬승(19) 등도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정작 구자욱은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구자욱은 지난해 삼성과 6위 SSG의 게임 차가 6경기였음을 언급하며 “차근차근 상위권에 도약할 수 있도록 매 경기를 잘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 평가가 높아진 만큼 선수들도 자부심을 갖고 자신 있게 플레이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신인왕을 수상한 지 10년이 된 구자욱은 “개인적인 목표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바람이 있다면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라며 “(부상 방지를 위해) 몸에 맞는 공도 최대한 잘 피하겠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2015년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2017년) 144경기 풀타임을 소화했다.한 번도 해보지 못한 성인 국가대표팀에 대한 꿈도 드러냈다. 지난해 홈런(33개), 타점(115점) 등에서 개인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구자욱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 선발이 유력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때 당한 부상으로 끝내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구자욱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늘 꿈꿔왔던 만큼 이번 시즌을 잘 치러서 꼭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제6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린다.
오키나와=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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