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피지올로지’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말라야대 스포츠·운동과학부 무함마드 나슈루딘 빈 나하루딘 교수 연구팀은 공복 상태에서 초콜릿 향을 맡은 참가자들의 근력운동 수행 능력이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대 초중반의 건강한 남성 23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실험 전 10시간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은 공복 상태를 유지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를 세 집단으로 나눠 각각 코코아 함량 90%인 다크초콜릿, 60%인 밀크초콜릿, 아무 냄새가 없는 물을 30초간 맡게 했다.이후 참가자들은 앉은 자세에서 무릎을 펴 무게추를 들어 올리는 ‘레그 익스텐션’ 운동을 수행했다. 운동 전후로는 배고픔, 포만감, 식욕 등도 함께 측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물 냄새를 맡은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다크초콜릿 냄새를 맡은 그룹의 레그 익스텐션 반복 횟수는 평균 18회 늘었다. 밀크초콜릿 냄새를 맡은 그룹도 약 9회 증가했다.
더 흥미로운 건 반복 횟수가 늘었는데도 참가자들이 느끼는 힘든 정도, 즉 주관적 운동 강도는 전혀 높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크초콜릿 냄새를 맡은 참가자들은 운동 전 배고픔이 덜하고 포만감은 더 크다고 답했다. 반면 밀크초콜릿 냄새는 기분은 가장 좋게 만들었지만 배고픔이나 식욕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연구팀은 두 초콜릿 향이 뇌에 서로 다른 신호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다크초콜릿의 진하고 쓴 향은 ‘포만감을 주는 음식을 먹었다’는 과거 기억을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고 몸이 실제로 배부르다고 느끼게 만든다. 반면 밀크초콜릿의 달콤한 향은 식욕 조절보다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해 지루한 운동을 즐겁게 느끼도록 돕는 ‘보상 신호’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냄새만으로 이런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연구팀은 음식 냄새가 소화 과정을 미리 가동시키거나 식사를 앞두고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학습된 냄새의 기억이 ‘먹고 난 뒤 느낌’에 대한 기대를 만들어 배고픔을 포만감 쪽으로 옮겨놓았다는 것이다.
나하루딘 박사는 “후각은 뇌의 식욕·감정 회로와 강력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이 더 힘들게 애쓴다는 느낌 없이도 반복 횟수가 크게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며 “심리와 생리가 맞물려 나타난 대단히 흥미로운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효과를 일상 운동에 그대로 적용하기 전 몇 가지 한계를 짚었다. 이번 연구는 혈중 호르몬 수치나 뇌신경 세포 활성도를 정밀 측정하지 않아 생리적 기전이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았다. 실험 대상도 23명의 젊은 남성으로 제한돼 여성이나 고령층, 전문 운동선수에게도 같은 효과가 나타날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나하루딘 박사는 “포만감이나 긍정적 감정과 강하게 연결된 익숙하고 매력적인 음식 향이라면 초콜릿 외에 다른 향도 비슷한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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