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장기화로 상급종합병원들이 경영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세브란스병원이 고난도를 넘어 초고난도 질환을 다루는 최상급종합병원으로 거듭나겠다고 발표했다.
금기창 연세의료원장은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체질 개선 방향을 밝혔다. 그는 "올 초 시작된 의정 갈등으로 상반기에만 127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며 "지난해 전공의 700여 명을 포함한 약 2000명의 의사들이 모두 정상 근무했을 때에도 진료 수익률은 -0.5%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단순 진료만 봐서는 이익을 낼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다"며 "연세의료원은 초고난도 중증 치료에 집중해 상급종합병원의 새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역점을 둔 신의료기술 분야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도입한 중입자치료다. 1년여 동안 전립선암 환자 378명을 비롯해 췌담도암 환자 45명, 간암 환자 6명, 폐암 환자 8명에게 시행됐다. 금 원장은 "전립선암의 경우 거의 완치 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세 번째 회전형 치료기를 도입하면 두경부암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환자 수도 늘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수술과 정밀의료 분야를 고도화해 난치치료의 패러다임도 바꾼다. 앞서 연세의료원은 지난 5월 희귀 유전성 질환의 진단·치료·연구를 위해 하님정밀의료클리닉을 만들었다. 소아신경과, 임상유전과 등 17개 진료과 소속 전문의 22명으로 구성된 하님정밀의료클리닉은 신기술과 관련된 글로벌 임상을 주도하고 있다.
금 원장은 "글로벌 빅파마인 존슨앤드존슨과 차세대 수술로봇, 디지털 수술 플랫폼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라며 "혁신의료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초고난도 중증질환자들이 세브란스에서 진료를 못 받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