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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노동시장은 ‘공급이 어떻게 변하느냐’보다 ‘노동 수요가 어떻게 변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노동시장 문제 해법의 출발점을 이렇게 짚었다. 기업이 ‘어떤 노동을 필요로 하느냐’가 노동시장 구조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 변화는 “결국 더 높은 기능을 가진 노동자에게 수요가 집중되는 방향”으로 작동해 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청년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기술 진보는 청년층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는 청년 고용률이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청년 남성의 고용 환경이 더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며 “기술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 문제”라고 진단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2월 청년(15~29세) 고용률은 43.3%로 전년 동월보다 1.0%포인트 떨어지며 22개월 연속 하락했다. 같은 기간 15~64세 고용률이 상승세를 이어간 것과 대비된다. 최근에는 청년 여성 고용률이 남성보다 2~3%포인트 높은 흐름까지 나타나며, 청년층 내부에서도 고용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원인을 ‘노동시장 내부자 편향’ 구조에서 찾았다. 그는 “지금 노동정책은 기본적으로 기존 취업자를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그 결과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사람들, 외부자들은 상대적으로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은 기술 변화에 맞춰 필요한 인력으로 노동 구성을 바꿔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은 인력을 줄이고 필요한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데, 노동자 보호에 치중한 제도 때문에 그 조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기업은 신규 채용을 늘리기보다 인력 운용을 보수적으로 가져가게 되고, 청년층의 진입 기회는 줄어드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봤다.
이러한 구조는 생산성과 고용의 선순환도 끊어놓는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기업이 인력을 늘리고, 다른 부문에서 노동이 이동하면서 전체 임금이 함께 오르는 것이 정상적인 경로다. 그러나 현재는 이러한 조정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좋은 일자리인 기업이 성장해야 하는데 반도체 등 현재 성장하고 있는 산업에서도 채용이 기대만큼 늘지 않는다”며 “임금 상승이 내부에서 흡수되면서 기업이 채용을 확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 결과 노동시장은 인력이 이동하는 구조가 아니라 ‘고착’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노동이 이동해야 격차가 완화되는데, 지금은 일부 부문만 임금이 오르고 나머지는 정체되면서 오히려 이중구조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대응도 변화하고 있다. 그는 “비싸고 해고도 어려운 근로자를 새로 채용하기보다는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거나 해외로 생산을 이전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동화가 확산되면서 생산은 늘지만 고용은 늘지 않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적으로도 이러한 흐름은 확인된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의 로봇 밀도는 2023년 기준 노동자 1만 명당 1,012대로 세계 1위다. OECD와 한국은행 연구에서도 로봇 도입은 중간·저숙련 일자리 수요를 줄이고, 제조업 고용탄력성을 낮춰 생산이 늘어도 고용은 함께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기존 취업자 보호 정책은 미취업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보호해야 할 대상은 기존 근로자뿐 아니라 미취업자를 포함한 전체 노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시장은 결국 순환이 작동해야 한다”며 “사람이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기존 일자리 보호에만 정책이 집중되면 노동시장의 순환이 멈추고 결국 청년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노동 이동을 촉진하고 신규 진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노동경제학자로, 고용과 임금, 노동시장 구조를 중심으로 연구해왔다. 특히 노동수요 변화와 고용 효과를 중심으로 노동정책을 분석하며,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청년 고용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한편, 김대일 교수는 4월 8일 서울 중구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열리는 이데일리 ‘좋은 일자리 포럼’에서 기조발제를 맡아 ‘모든 일자리가 다같이 좋은 일자리로 업그레이드 되는 포용적 노동시장’ 조성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2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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