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반도체의 섬(silicon island)' 입니다. 그래서 우릴 이기는 거죠."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올해 대만 경제성장률이 7%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7~2% 수준으로 예상되는 대한민국 성장률의 약 4배에 이른다. 이처럼 대만의 가파른 성장세를 두고 반도체 전문가들은 ‘반도체의 섬’이라는 산업 구조를 핵심 배경으로 지목한다.
앞으로 양국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이 여전히 앞서겠지만, 1인당 GDP에서는 대만을 따라잡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제통화기금은 2031년 한국의 1인당 실질 GDP가 대만보다 1만달러 이상 뒤처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을 앞질렀다는 성과 이면에는 이미 대만의 추월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7412달러로 전년 대비 3.3% 증가할 전망이다. 2028년에는 4만달러를 처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올해 3만5703달러로 소폭 감소하고, 2029년에야 4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만의 1인당 GDP는 전년 대비 6.6% 늘어난 4만2103달러를 기록해 한국보다 먼저 4만달러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봤다. 2003년 이후 줄곧 대만을 웃돈 한국의 1인당 GDP는 지난해 역전된 바 있고 격차는 점점 벌어질 전망이다. 한국과 대만의 1인당 GDP 격차는 올해 4691달러에서 2028년 6881달러, 2030년 9073달러로 점차 커진 뒤 2031년에는 1만82달러로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차이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맞물려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실적을 내며 한국 경제를 끌어올렸지만, 대만은 반도체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훨씬 높다. 반도체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가 성장률 흐름을 갈랐다.
대만은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에 서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AMD의 리사 수 등 주요 팹리스 기업 수장이 모두 대만계다. 이들은 핵심 생산 일감을 TSMC에 대부분 몰아줬다. TSMC를 중심으로 설계(미디어텍·리얼텍), 제조(TSMC·UMC), 후공정(ASE 등)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에 세계 최고 수준 기업이 촘촘히 포진해 있다. ‘반도체의 섬’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만이 반도체에 경쟁력을 다진 것은 ‘안보 전략’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이른바 ‘실리콘 방패(Silicon Shield)’ 전략이다. 반도체 패권을 통해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고, 동시에 미국의 개입을 유도하는 구조다. 대만은 미국·일본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도, 최첨단 공정과 핵심 생산기지는 자국에 묶어뒀다. 기술의 중심이 대만 본토에 있어야만 유사시 확실한 안보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 같은 반도체 전략 덕분에 대만은 안보적 목적은 물론 경제적 성과도 동시에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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