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18일 오후 5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KG필하모닉오케스트라(KG필) 단원들이 무대에 올랐다. 악장 오현의 리드로 짧은 조율을 마친 단원들은 포디엄에 오른 서희태 지휘자를 응시했다. 잠시후 지휘자의 손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아름다운 선율이 적막을 뚫고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KG필이 첫 항해의 닻을 올린 순간이었다. KG필이 첫 연주곡으로 선택한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은 웅장한 관악과 부드러운 현악이 어우러지며 큰 울림을 선사했다.
KG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2025 이데일리신년 음악회’에서 창단 첫 정기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2025 이데일리 신년음악회’가 2000여 명의 관객과 함께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데일리가 주최하고 KG가 후원하는 ‘이데일리 신년음악회’는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 특히 올해는 곽재선문화재단이 청년 음악인의 꿈을 지원하고 한국 클래식 음악의 미래를 밝히기 위해 창단한 KG필의 첫 연주회여서 각별한 의미를 더했다. 지휘는 서희태 음악감독이 맡았다.
곽재선 KG·이데일리 회장이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2025 이데일리 신년 음악회’ 및 KG필하모닉오케스트라 창단 첫 정기연주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공연 시작 전 무대에 오른 곽재선 KG 회장은 “기업이 육체적 행복을 키운다면 정신적 행복을 만드는 것은 문화”라며 “기업도 정신적 행복을 만드는 일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KG필을 창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 많은 훌륭한 회사들이 있지만 오케스트라를 직접 운영하는 회사는 드물다. KG필을 시작으로 많은 기업이 문화로 정신적 행복을 만드는 일에 동참하면 좋겠다”면서 “KG는 KG필과 함께 대한민국 국민에 정신적인 행복을 선사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 회장은 또 “KG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은 ‘젊다’는 것이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청년 음악 인재들이 KG필을 위해 모였다“며 “기량으로 승부하는 원숙한 연주자들과는 조금 다른 길에 서 있는 청년 음악인을 통해 새로우면서도 커다란 울림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피아니스트 서형민이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2025 이데일리 신년음악회’ 겸 KG필하모닉오케스트라 창단 첫 정기연주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1부는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로 꾸려졌다.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에 이어 본 베토벤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에 빛나는 피아니스트 서형민(35)이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협연했다. 청춘의 열정을 담은 선율로 관객에 들뜬 기운을 전했다. 관객들의 “앙코르” 연호에 다시 무대에 선 서형민은 반전의 모습을 보였다. ‘찐이야’, ‘땡벌’ 등 예상치 못한 트로트 메들리를 연주하며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
2부는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로 막이 올랐다. 최근 일어난 제주항공 참사에 대한 애도의 의미를 담은 선곡이었다. 이어 가수 겸 뮤지컬 배우 배다해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대표 넘버 ‘띵크 오브 미’, TV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불러 자신의 이름을 알린 ‘넬라 판타지아’, 작곡가 한태수의 가곡 ‘아름다운 나라’를 선사했다.
가수 겸 뮤지컬배우 배다해가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2025 이데일리 신년음악회’ 겸 KG필하모닉오케스트라 창단 첫 정기연주회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팬텀싱어4’ 준우승팀 포르테나(김성현·서영택·오스틴 킴·이동규)가 무대에 오르자 분위기는 절정을 향했다. 포르테나는 신곡 ‘무정한 마음’, 노르웨이 듀오 시크릿 가든의 ‘유 레이즈 미 업’, ‘팬텀싱어4’ 1라운드에서 불렀던 ‘네아폴리스’등으로 관객에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공연은 영화 ‘이티(ET)’의 OST 중 ‘플라잉 테마’로 막을 내렸다. KG필의 성공적인 데뷔 무대였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의 박수와 환호는 계속됐다. KG필은 앙코르 단골 레퍼토리인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5번, 요한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관객에 화답했다.
크로스오버 그룹 포르테나가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2025 이데일리 신년음악회’ 겸 KG필하모닉오케스트라 창단 첫 정기연주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한편 이날 공연은 소방공무원과 가족을 초청해 감사를 전하며 문화를 통한 나눔의 의미도 더했다. KG가 운영하는 비영리 재단법인 선현은 2022년 소방청과 100년 협약을 맺고 2122년까지 국가와 국민 생명 보호를 위해 헌신한 순직·공상(公傷) 소방공무원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소방공무원 복지 향상에 앞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