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낭비 줄이고 싶은 30대
‘로테이션 소개팅’ 업체 찾아
조건 맞는 이성 리스트 받고
애프터 신청법 등 컨설팅도
열 쌍의 남녀, 자리 바꿔가며
10분씩 대화하며 마음속 ‘찜’
#평범한 직장인 조 모씨(31)는 퇴근 후에는 소개팅용 구글 공유문서를 관리하는 ‘인간 오작교’로 변신한다. 소개팅을 원하는 이가 “키 175 이상” “대기업 재직” 등 이상형을 내걸면 50명에 달하는 참석자 리스트에서 조건에 맞는 이성을 찾아 연락처를 전달해준다.
참석자들은 주선자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여러 후보군 중에서 이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입을 모은다. 학창 시절부터 발이 넓어 주변 친구들의 소개팅을 도맡았다는 조씨는 “소개팅을 주선할 때마다 일일이 프로필을 전달하는 게 번거로워 아예 공유문서를 만들게 됐다”며 “초기에는 겹지인을 의식해 꺼리는 사람도 많았는데, 참석 인원이 50명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부담 없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23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결혼적령기 청년들 사이에서 비용과 시간 낭비는 줄이고 효율을 높인 ‘기획형 단체 소개팅’이 새로운 연애 탐색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애는 하고 싶지만, 상대를 찾기가 어렵다”는 청년들 고민에 맞춰 만남의 가성비를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된 ‘로테이션 소개팅’도 대표적 사례다. 열 쌍의 남녀가 10분 단위로 자리를 바꿔가며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는 소개팅으로, 짧은 시간에 여러 명의 이성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층은 주로 1990년대생으로 결혼적령기 청년들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이 소개팅에 참석한 고 모씨(30)는 “여러 이성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매력적이었지만, 참석자들이 밝힌 직장, 나이 등이 믿을 수 있는 정보인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결혼을 전제한 소개팅에서 오는 스펙 비교의 피로도를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상대방의 스펙을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 셈이다.
이 같은 고민 탓에 결혼 준비 시장의 풍경도 바뀌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커플 매니저 전소라 씨(39)는 “예전에는 식당에서 첫 만남을 하는 것이 관례였다면 요즘은 카페에서 먼저 만나고 마음이 맞으면 2차로 식당에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시간과 금전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효율적으로 소개팅에 임하는 고객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효율적인 소개팅을 하기 위해 일대일 과외 수준의 컨설팅을 구하는 고객도 생겨났다. 소개팅 당일에 입고 나갈 패션, 머리 스타일뿐 아니라 애프터를 신청하는 법 등을 세세하게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전씨는 “예전에는 고객에게 컨설팅을 해주겠다고 하면 ‘알아서 하겠다’며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상담을 구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만남의 과정까지 비용과 시간을 따지는 분위기는 청년들이 연애와 결혼을 ‘실패할 경우 비용 부담이 큰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한국 사회의 줄 세우기 문화 등 구조적인 문제와도 연관돼있다고 지적한다. 직업·소득수준 등이 결혼시장에서 중요 조건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런 조건을 갖추지 못한 청년들은 이성을 만나기 점차 어려운 환경이 돼가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지난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혼인 실태와 결혼 인식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배우자가 없는 싱글 남녀 중 47.3%가 “결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들 중 43.2%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이유로 “적당한 상대를 찾지 못해서”라고 밝혔다. 김은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특히 일용직이나 임시직에 근무하는 사람일수록 ‘적당한 상대를 찾지 못했다’고 답하는 비율이 높았다”며 “노동시장의 불안정성과 소득 격차가 만남의 기회를 제약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옥승철 여의도연구원 트렌드분석실 실장은 “정부가 직접 결혼 전제 소개팅 자금을 지원하는 ‘싱가포르식 연애 장려 정책’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2008년부터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결혼 주선 업체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고, 관리·감독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혼인 장려 정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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