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절사평균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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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절사평균 물가

올림픽에서 리듬체조와 피겨스케이팅 종목은 최상위, 최하위 판정자의 점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판정단의 점수로 평균을 내 순위를 매긴다. 극단 값을 빼고 평균을 계산해야 오류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른바 절사(切捨·잘라서 없앰) 평균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는 물가 변동을 정확히 측정해야 하는 중앙은행에 비슷한 숙제를 안겼다. 유가가 폭등할 때마다 물가가 치솟았지만 모든 제품 가격이 동시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로 보완했지만, 이 역시 한계를 드러냈다. 문제는 특정 품목의 가격이 아니라 ‘극단적 가격 변동’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항공료 급등, 통신비 하락 등 일회성 요인으로 생긴 가격 변동 역시 물가지수를 왜곡할 수 있다.

미국 클리블랜드연방은행이 1990년대 초 개발한 ‘중앙값 물가’도 상승률 중간 품목의 가격 변동만 반영한다는 점에서 불완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에 댈러스연은은 가장 많이 오르고 떨어진 품목을 제외하는 ‘절사평균 물가지수’를 내놨다. 1977~2009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근원물가보다 인플레이션을 더 잘 예측한다는 게 근거다.

최근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측정 방식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케빈 워시 중앙은행(Fed) 의장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보다 댈러스연은의 절사평균 물가지수를 선호한다는 소신을 밝히면서다. 워시 의장은 “중요한 것은 지정학적 충격이 아니라 기조적 물가”라고 말했다. 4월 근원 PCE 상승률은 3.3%로 Fed 목표치(2%)를 훌쩍 넘겼지만 절사평균 물가는 2.3% 오르는 데 그쳤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경로가 달라진다. 다만 절사평균 물가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해 Fed가 뒤늦게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내몰리게 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중앙은행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통계에 가위를 들이대거나 입맛에 맞는 숫자를 취하는 것은 위험하다. 물가 압력을 외면한다면 시장은 인플레이션 역풍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물가 안정을 고유 책무로 하는 한국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sglee@hankyung.com

논설실에서 수석 논설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사설과 칼럼을 통해 정치·경제·국제 이슈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과 판단의 기준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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